지난 7개월동안 지리하게 끌어온 삼성과 대우의 자동차 빅딜(대규모 사업교환) 협상이 종착점을 향해 마지막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삼성이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었던 4조3,000억원의 삼성자동차 부채를 전액 떠안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삼성 관계자는 『빅딜 지연에 따른 국가경제의 악영향을 우려해 고육지책으로 이같은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왜 이런 선택을 했나= 정부의 초강수 압박과 자동차 빅딜 타결의 열쇠는 삼성이 쥐고 있다는 여론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부는 지난 5일 열린 경제장관 간담회에서 대우의 삼성차 인수 타결시한을 12일로 못박고 압박작전을 펼쳐 왔다. 정부가 이같은 작전은 부산공장가동이 한달 넘게 중단되면서 지역경제는 물론 자동차산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쳐 더이상 방치할 수 없고 현 정부의 가장 큰 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빅딜이 삼성차문제로 퇴색되고 있다는 부담 때문이었다.
삼성은 이후 예정에 없던 구조조정위원회를 잇달아 열어 삼성차 부채 수용문제와 처리방안을 심도깊게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는데는 실패했다. 삼성이 모든 부채를 떠안을 경우 계열사들의 동반부실이 불가피하고 일부 계열사들이 부채떠안기에 나서지 않겠다고 반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계열사들의 반발도 시시각각 조여오는 정부의 압박수위에는 감당할 수 없었다. 더 이상 협상을 끌기 어렵다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부채처리방안 마련에 골몰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이날 내놓은 부채처리방안을 보면 정부의 초강수 압박과 빅딜을 빨리 끝내야 한다는 여론 사이에서 고민한 역력이 뚜렷히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점과 과제는= 삼성자동차 부채를 계열사에 분담하는 과정에서 주주와의 마찰이나 법정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삼성은 그동안 상장사들의 부채분담은 외국인 투자자나 주주들의 반발이 불가피해 이들이 부채를 떠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따라서 삼성은 주주들과의 마찰을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하느냐가 가장 큰 과제로 꼽히고 있다.
부채를 분담하는 계열사들의 손실을 어떤 형식으로 보전해 주느냐도 삼성이 풀어야할 숙제다. 어쩔 수 없이 계열사들이 삼성자동차 부채분담에 나섰으나 이들의 동반부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성의 이번 결정은 경제논리와 역행된다는 점도 피할 수 없는 문제 가운데 하나. 삼성자동차 경영부실의 책임을 삼성이 모두 진다는 것은 잘못됐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자동차의 부실책임의 책임은 삼성은 물론 채권단에게도 있다』면서 『채권단 부담없이 삼성이 모든 책임을 홀로 지는 것은 경제논리상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고진갑 기자 GO@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