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하반기 재테크 전략 다시 짜라

안전자산 비중 늘리고 역발상 투자를<br>리스크 관리 주력하고 '시테크' 적극 활용을



현금성 자산 늘리면서 ‘시테크’, ‘역발상’ 전략으로 투자 기회 엿봐야 투자자들에게 ‘잔인한 여름’이 시작됐다. 주식, 채권, 부동산 어느 하나 ‘똑 부러지는’ 재테크 대상이 없다. 바닥인지, 더 내릴지 시계 제로다. 투자자들도 갈팡질팡이다. 손절매에 나서야 할지, 저점 매수를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재테크 전문가인 대형 증권사의 대표 PB(프라이빗 뱅커)들과 자산관리 전략 담당자들은 하반기 재테크의 키워드로 ‘안전자산’과 ‘시테크’, 그리고 ‘역발상’을 꼽았다. 현금성 자산이나 하방 경직성이 확보되는 상품과 같이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리면서 투자 기회를 엿보라는 것. CMA, 기초자산이 50% 이상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을 내는 ELS, ELF, 또는 금융공학펀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시간차를 활용하면서 분할 매수, 혹은 분할 매도하는 ‘시테크’를 적극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바닥에서 사고 꼭지에 팔면 최선이겠지만 신(神)이 아닌 인간들은 여러 시기에 걸쳐 쪼개서 사고 파는 ‘시테크’ 무기를 써야 한다. 아무리 싸다 싶어도 한꺼번에 사지 말고, 아무리 급하다 해도 한꺼번에 처분해서 최악의 손실을 확정하지 말라는 뜻이다. 중국과 베트남 펀드들이 속을 끓이고 있지만 분할 매도를 통해 손실을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는 게 현명하다. 또 어려운 때일수록 역발상 투자를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악이다 싶을 때가 바닥이고 마냥 좋아 보일 때가 거품이라는 교훈은 지난해 중국 버블이 붕괴되면서부터 뼈저리 게 느껴진다. 요즘 잘 나가는 러시아, 브라질, 원자재관련 금융 상품들도 오히려 분할 매도를 고려해볼 시기다. 마냥 떨어지거나 마냥 오를 수 없기 때문이다. 하반기에는 오히려 그동안 미운오리 취급을 받았던 국가관련 펀드나 상품에서 투자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전략도 괜찮다는 조언이다. 주식 직접투자는 우량주 분할 매수
펀드는 이머징 줄이고 선진국 확대
ELS도 시기 분산해 위험도 줄여야
경기 하강 얼마나 갈지 알 수 없어
어려울수록 전통적 투자법 따라야
올해 다보스 포럼의 핵심 화두는 '불확실성'이였다. 제임스 울펜손 전 세계은행 총재는 "이번 금융위기는 어둠 속에서 코끼리를 만지는 것과 같다"고 했다. 도대체 얼마나 큰지, 어떻게 생겼는지 알 수 없는 '코끼리'가 전세계 경제를 짓밟고 있어, 경기 하강이 얼마나 길게 혹은 깊게 지속될지 알 수 없다. 불확실성은 투자의 가장 큰 적이다. 최대 강적에 대처할 수 있는 투자자들의 무기는 바로 '리스크 관리'다. 그러나 위기라고 추격 매도에 나서는 것은 버블의 시기에 추격 매수에 나서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급한 일이다. 워런 버핏이 항상 강조하듯 남들이 공포를 느낄 때 탐욕을 느끼고, 모두가 탐욕에 휩싸였을 때 공포를 느낄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하반기 재테크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방법은 박미경 한국투자증권 PB본부장, 배진묵 대우증권 도곡자산관리센터장, 신혜경 우리투자증권 PB도곡센터장, 정복기 삼성증권 PB연구소장 겸 FN갤러리아지점장, 진미경 하나대투증권 웰스케어센터장 등 5명의 재테크 전문가에게 물었다. ◇현금 비중 늘리고 하반기 투자 기회 살펴야 = 전문가들은 위험자산인 주식, 이머징 마켓 주식형 펀드 등을 줄이고 안전자산인 현금성 자산의 비중을 적극적으로 늘릴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정복기 연구소장은 "올해 초부터 현금성 자산을 20~30% 이상 확보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며 "주식, 펀드, 채권, 부동산, 예금 등 어느 하나 만만한 게 없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확보되는 자금은 현금성 자산으로 들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배진묵 센터장도 "지금으로선 전체 금융자산 중에 현금성 자산을 50%까지 확대하고 나머지 자산도 위험도가 낮은 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반기에 어느 정도 경제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그때부터 투자 기회를 찾아봐도 늦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 동안은 CMA, MMF 등 단기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면서 인플레에 따른 통화가치 하락을 최소화 하는 게 바람직하다. 1개월 물 PR형 CMA경우 연 수익률이 5.3~5.4% 수준이어서 일단 현금을 단기적으로 CMA에 넣어 둘 만하다. 그러나 안전성이 높은 자산 중에서도 예금이나 채권은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중금리도 올라가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채권 역시 금리가 인상되면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에 현재로선 실물과 펀드 모두 투자 타이밍이 아니다. ◇ELS도 분할매수로 리스크 줄여라=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주가연계증권(ELS)을 추천했다. 코스피 지수형 또는 삼성전자와 같은 우량주가 기초자산이면서 주가가 40~50%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10% 이상 수익을 지급하는 ELS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진미경 센터장은 "현재 기초자산이 되는 지수나 우량주들의 가격도 워낙 조정을 받은 상황이어서 향후 1~2년내 추가적으로 40~50% 이상 하락할 가능성은 적다"며 "오히려 6개월 이내에 조기상환 여지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ELS도 원금 비보장 상품인 만큼 '분할 매수'를 통해 리스크를 분산하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아무리 조건이 좋은 상품이 나와도 현재 자산을 '몰빵'하지 말라는 것. 그는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듯이 총 투자금액을 3~4회에 걸쳐서 시기를 분산하는 게 좋다"며 "시기를 분산하면 주식시장 급변으로 인한 기초자산 가격 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ELS는 주식과 달리 과세 대상이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들의 경우는 대규모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 ◇하반기에는 선진국과 국내 펀드 관심둬야= 지난 해 증시 급등기에 중국 등 이머징 마켓 펀드에 가입해 '물린'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투매'도 '물타기'도 반대라고 밝혔다. 또 향후에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 펀드와 낙폭이 과대한 국내 주식시장, 그리고 중국 비중이 높지 않은 투자자라면 중국시장 관련 펀드를 분할 매수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정복기 지점장은 "인사이트, 친디아, 브릭스, 글로벌 이머징 등 이름에 차이나가 들어가 있지 않아도 중국 관련 주식에 투자한 펀드가 많다"며 "이런 펀드를 다수 보유해 중국 비중이 높은 투자자라면 오히려 비중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향후 글로벌 증시가 반등할 때는 지금까지 수익률이 좋은 브라질과 러시아보다는 낙폭이 과대했던 중국, 미국, 일본, 우리나라 시장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혜정 센터장은 "긴축, 비유통주 물량 등으로 인해 주가가 급락했지만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양호하다"며 "중국 주식 시장중국 올림픽 이후 경제 추이를 지켜 봐가며 하반기에 저점 매수 타이밍을 살피는 게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성급히 뛰어들거나 매도할 필요는 없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3ㆍ4분기에는 신중을 기하며 4ㆍ4분기까지 내다보면서 매수 타이밍을 잡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박미경 센터장은 "코스피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서기 전까지 500포인트와 1,000포인트를 여러번 오갔다"며 "한국시장은 전례를 볼 때 6개월에서 2년이면 낙폭을 만회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성급히 매도ㆍ매수에 나설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 브라질, 러시아 및 원자재 펀드로 수익을 올린 투자자들이라면 분할 매도를 통해 수익을 확정하라고 조언하는 전문가도 많았다. 배진묵 센터장은 "원자재 가격 강세가 쉽게 꺾이진 않겠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은 불가피 할 것"이라며 "러시아, 브라질, 원자재 관련 펀드 비중이 많은 투자자들은 이를 분할 매도해서 안전 자산 비중을 확대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직접 투자는 우량주 분할 매수= 주식 직접 투자와 관련해서는 "밸류에이션 매력이 커진 것은 맞지만 우량주 위주로 느긋하게 접근하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무조건 묻어주는 장기투자보다는 5~7%의 목표 수익률을 세우고 수익률을 달성하면 팔면서 단기적으로 가져가라고 권유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진미경 센터장은 "종합주가지수가 1,600선 아래로 빠지면 우량주 위주로 현물 주식을 분할 매수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며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수출주 중에 우량주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진묵 센터장은 "주식시장이 충분이 조정을 받고 있다"며 "연말이 되면 세계 경제의 향방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히면서 주가도 지금보다는 상승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려울수록 전통적인 투자법 따르라=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까지 녹녹치 않은 투자 환경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어려운 때일 수록 전통적인 투자법을 따르라고 입을 모았다. 기존 펀드의 수익률이 좋지 않다고 해서 색다른 펀드를 찾기 보다는 오히려 전통적인 인덱스 펀드를 고집하라는 것이다. 정복기 지점장은 "리스크가 클 때일수록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방어적으로 대처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박미경 센터장은 "부자들은 얼리 어답터들이 아니다. 오래 생각하고 늦게 움직인다. 새로운 상품이 나오면 성과를 확인한 후에야 가입한다"며 "또 분산투자는 기본중의 기본이다. 현금성 자산으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가 하반기에 천천히 움직이는 게 현명한 투자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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