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구조조정 공적자금 64조원서 방어… 실제론 78조 투입

특히 파산 금융사 예금 대지급 및 금융사 합병 지원 등에 사용되는 예금보험기금이 고갈됨에 따라 앞으로 2차 금융구조조정이 진행될 경우 재원부족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정부는 예금보험기금(예금보험공사)과 부실채권정리기금(자산관리공사)을 두 축으로 삼아 금융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 예금보험기금이 금융사 파산 등에 따른 예금 대지급 등 「소방수」 역할을 한 반면, 부실채권정리기금은 금융권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금고를 청소해 주는 「종말처리업자」 기능을 해왔다. 그러나 「소방수」 가동재원이 바닥나면서 앞으로의 구조조정 기틀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예금보험기금 수요가 발생하면 지난해 투입했던 자금을 최대한 회수해 메꿔넣는다는 방침이지만 대형은행간 합병 등 새로운 변수가 나타날 경우 다시 기금을 조성해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벌써부터 시중은행간 2차 합병 시나리오가 설득력있게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일단 64조원 범위에서 막는데 성공 = 관계당국에 따르면 97년 이후 지난해말까지 투입된 공적자금은 예금보험공사에서 50조3,887억원, 성업공사(현재의 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22조7,764억원 등 73조1,651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서울·제일은행에 대한 정부의 현물출자 1조5,000억원, 한국·대한투신 출자 3조원, 외환은행에 대한 수출입은행 출자 4,000억원을 모두 합하면 총 78조651억원이 들어갔다. 그러나 예금공사와 자산관리공사가 채권발행을 통해 조성한 기금으로 사용한 돈은 64조원 범위에 머물러 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의 『공적자금 집행을 64조원 선에 맞추겠다』는 공언은 일단 지켜진 셈이다. 다만 정부가 두 기관의 공적자금 집행 부담을 줄이기 위해 「꽁수」를 쓴 흔적이 역력하다. 두 기관은 당초 조성됐던 기금 규모보다 많은 돈을 썼지만 이는 기금 조성 전에 이미 종금사 퇴출비용을 부담한데다 자체 수입 및 공적자금 회수분 등을 구조조정에 사용한데 따른 것이다. ◇예금보험기금 전액 소진= 예금공사의 경우 예금보험기금채권 43조5,000억원과 차관 1조4,238억원, 금융권 차입 4조9,969억원, 각 기금 인수분 4,680억원 등 모두 50조3,887억원의 기금을 조성했으나 작년말까지 전액 소진됐다. 예금보험기금채권은 당초 31조5,000억원이 조성됐지만 지난해 하반기 들어 이미 고갈돼 성업공사의 부실채권정리기금에서 12조원을 전용했다. 예금공사의 기금 집행내역은 제일·서울·조흥·한빛·평화은행 등에 대한 출자 20조313억원 뉴브리지가 인수를 거부한 제일은행 자산매입 3조5,656억원 퇴출은행 인수은행 등에 대한 풋백옵션 11조1,666억원 예금대지급 14조8,589억원, 금고 등에 대한 대출 7,663억원 등이었다. ◇공적자금 회수 통해 재원조성= 예금공사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공적자금 추가 조성이 어렵기 때문에 그동안 나갔던 돈을 환수하는데 업무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한다. 예금공사는 제일은행에서 인수한 3조6,000억원 어치의 자산매각과 파산 금융사 재단으로부터의 회수자금 등을 포함해 총 6조~7조원 정도를 자체 조달할 계획이다. 여기에 정부가 출자한 조흥·한빛·평화은행 등의 주식을 연내 매각할 경우 5조원 정도를 추가 조달할 수 있다. 공사는 특히 제일은행 자산을 효율적으로 매각하기 위해 최근 정리금융공사라는 특수법인을 세워 자산유동화채권(ABS) 발행 등을 통한 처분에 나설 방침이다. ◇부실채권 정리기금은 여유= 성업공사는 부실채권정리기금 20조5,000억원, 금융기관출연 5,734억원, 산업은행 융자 5,000억원 등 모두 21조5,734억원을 조성해 지난해말까지 22조7,764억원을 사용했다. 이 돈으로 장부가 55조8,962억원의 부실채권을 금융권에서 사들였다. 공사 관계자는 『정리기금채권을 일부 회수했기 때문에 현재 기금 잔액이 1,049억원 가량 남아있다』고 말했다. 공사는 부실채권 국내외 매각을 통해 회수한 자금이 지난해 11월말 현재 11조4,881억원에 이르고 있어 「종말처리사업」을 지속하는데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상복기자SBHA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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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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