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중 조선족 기업인(한민족경제권이 떠오른다)

◎공장·영업망확충 등 성장터닦기 활발/자본 기술제공·원자재 공급창고인/한국기업 부도·사기 휘말린 상처도/북방기전 김성군 회장­석유시추용 장비 기술보유 첨단기업 최근 일서 합작제의/범아상하 김영준 회장­한국산 보일러제품 조립판매 AS업체 정수기사업도 추진/장성수광 김형덕 회장­급수시설 전문제조 10월 새 공장 완공 연매출 100억원 도약/창녕집단 석산인 회장­배터리·완구·향료 등 계열사만 여러개 중 대표적 재벌기업/성달집단 성백소 회장­스웨터·양말생산 현대자 하청업체에 연 40만불어치 납품/장백산집단 이규광 회장­한국산 보일러제품 조립판매 AS업체 정수기사업도 추진/세종지룡 천걸 회장­화재경보·감지기 등 소방시스템 생산 7월 ISO9001 획득도중국 요녕성 심양, 길림성 연길과 장춘, 북경 등에서 손꼽히는 조선족 기업들은 대부분 한국기업과 상당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세계상공인대회나 세계중소기업인회의 등에 거의 빠짐없이 참석하고 새 사업을 구상하거나 합자·합작선을 모색하기 위해 한국방문도 잦은 편이다.한족기업인들에 비해 지연·혈연 등을 바탕으로 한 「관계」가 상대적으로 든든하지 못한 조선족 기업인들에게 한국기업은 자본과 기술의 제공자였고 상품과 원자재의 공급창고, 기업경영의 교사나 마찬가지였다. 또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카드의 하나이기도 하다.하지만 이들 업체는 합자나 합작을 모색했던 한국기업의 부도나 사기행각에 걸려들어 상당한 「수업료」를 지불해야 했던 아픈 기억도 간직하고 있다.조선족 기업인들은 1세대 개인사업가들이 상당수 경쟁력을 잃고 도태되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가도를 달리며 공장 신·증설, 판매망 확충등 활발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면모와 활약상을 소개한다.(가나다순) ◆북방기전기술개발유한공사 김성군 회장<장춘> 자동차축 생산설비, 전기로에 사용되는 탄소막대 가공설비 등을 생산하고 석유시추장비중 석유를 뿜어올리는 추유기(특수펌프) 제조기술도 보유하고 있는 하이테크 기업이다. 직원 86명중 연구원이 34명이나 된다. 김회장은 『세계 추유기시장 진출에 필요한 자본을 출연해 줄 외국 합작선을 물색중』이라면서 『최근 북경에 진출한 일본기업이 합작을 타진해 와 교섭중』이라고 말했다. 주철을 녹인뒤 거푸집에 부어 단조기계 모형을 만드는 단조금형 주조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제작이 간편하고 일반제품보다 2­3배 이상 내구도가 높아 한국등에 관련기술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김회장은 길림공대 기계학부장 출신으로 88년 사업을 시작했으며 길림성 상공연합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16억원(이하 한화기준). 김회장은 조부때 경북 영일에서 중국으로 이주했다. ◆범아상하 김영준 회장<심양> 최근 백화점사업에 진출했으며 10원(한화 약 1천원)짜리 한국산 생활용품 전문매장 설치, 개방적 상품진열로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그랜드백화점에서 근무했던 송대승씨를 이사로 영입, 한국냄새가 물씬 풍긴다. 매장규모는 5개층 1천8백평. 조만간 백화점 바로 옆 건물을 사들여 증축할 계획이다. 당초 국내 굴지의 모재벌그룹과 함께 백화점사업을 하기로 의향서까지 교환했으나 국내의 그룹총수가 갑자기 『파트너가 시원찮아 체면만 구긴다』며 제동을 걸어 계약단계서 무산됐다. 김회장은 이 과정에서 입에 담기어려운 홀대를 받아 지금도 가슴에 저린다고 말했다. 김회장은 『서울에 심양의 명물인 노변만두집을 낼 계획』이라면서 『1백70㎝가 넘는 늘씬한 한족 처녀들을 종업원으로 데려다 서비스를 맡기면 제법 장사가 되겠느냐』며 웃었다. 지난 7월 중국 건설은행 심양분행 관계자들과 함께 서울에 들러 국내 은행과의 자매결연을 주선하기도 했다. 교사출신으로 교육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다이아몬드 광산에 지분참여, 기반을 잡았으며 보석가공업 진출을 추진중이다. 이리 보석공단내 한 업체와의 합자가 틀어지는 바람에 당초 한국에 보내기로 한 기술연수생들을 태국으로 파견할 계획. ◆북경장성서광공사 김형덕 회장<북경> 고층건물의 옥상대신 1층이나 지하에 물탱크를 설치, 물을 뿜어올려주는 급수설비를 제조·설치하는 개인사업을 하다 지난 91년 한국의 서광건설과 합작기업을 설립했다. 현재 종업원은 1백명 수준. 올해 매출목표는 25억원이지만 오는 10월께 새 공장 완공되면 머잖아 1백억원대로 도약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지금도 중국에서 손뽑히는 급수설비 업체다. 건축물 방수공사 진출도 추진중이다. 생물교사 출신인 김회장은 『하얼빈 조선1중 학교공장 공장장시절 현재 창녕집단(그룹)회장인 석산린씨를 기술자로 고용, 자동급수설비를 개발한 것이 인연이 돼 사업의 길로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창녕집단 석산인 회장<북경·하얼빈> 지난 85년 하얼빈 조선1중 학교공장의 기술자로 들어가 자동급수설비를 개발, 하얼빈에 창녕급수설비공장을 설립했다. 일찌감치 돈방석에 오른 대표적인 조선족기업인. 보일러, 완구, 배터리, 음료, 향료 등 다양한 사업분야를 거느리고 있다. 한때 중국의 대표적인 재벌기업인으로 불렸으나 지난 94년 콜라사업에 손을 댔다가 큰 손해를 보았다. 지난 7월 제일제당과 함께 북경에서 음료공장을 준공, 탄산음료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성달집단 성백소 회장<심양> 한국에서 중고기계를 들여와 지난 91년부터 스웨터·양말을 생산, 한국기업을 통해 수출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하청업체에 연간 30만∼40만달러어치의 부품도 납품중이다. 한국기업과 합작으로 컴퓨터 자수(소파, 여성의류, 자동차방석 등)사업을 추진중이며 딸과 사위가 서울사무소에서 나와 있다. 아들은 구두공장을 운영중이다. 지난해 8백만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내수는 1백만달러 규모. 직원은 1천여명. 성회장은 충북 영동출신으로 세살 때인 지난 45년 아버지를 따라 심양으로 온뒤 50여년을 이곳에서 살아온 토박이. 지난 80년 개인사업으로 주물공장을 시작, 맨홀뚜껑 밸브 등을 한국에 수출해 재미를 봤다. 성회장은 중국에 수출신용장을 담보로 한 대출 등 무역금융제도가 없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장백산집단 이규광 회장<장춘> 지난 87년 사업을 시작, 급수설비로 기반을 잡았다. 올 매출목표는 20억원대. 장백산과 대화 등으로 나뉜 계열사 이름을 조만간 대화로 통일할 계획이다. 95년부터 귀뚜라미보일러를 들여와 조립판매하고 있으며 애프터서비스도 책임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고층건물이나 공장에 석탄 대신 석유·가스보일러 사용을 의무화해 시장전망이 밝아졌다. 올 4월부터는 한성울트라텍과 손잡고 수도꼭지 부착형 정수기사업에 뛰어들었다. 1백10명에 달하는 종업원은 거의 고향(길림성 서란시) 사람들이지만 철저하게 능력위주 인사를 하고 있다. 장춘 경제개발구내 세관에 해당하는 「해관」 맞은 편에 새 사옥과 공장을 신축중이다. 철수한 한국기업으로부터 인수한 그랜저가 눈길을 끌었다. 9살 때 부친이 경북 영천에서 이주했다. 숙질간으로 그룹 기술고문을 맡고 있는 이중환 박사(길림공대 부연구원)은 『앞으로 자동차 실내소음을 대폭 줄일 수 있는 대시보드 금형사업과 이미 시제품 생산을 마친 화재경보장치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경세종지능유한공사, 연길지능설비창 천걸 회장<북경·연길> 화재경보시스템과 화재경보·감지기를 전문 생산하고 있으며 지난해 7월 국제표준화기구(ISO) 9001 인증을 획득했다. 연변대우호텔의 화재경보·감지기와 소방시스템도 이 회사 제품. 지난 87년 연길에서 사업을 시작했으며 94년 북경에 진출했다. 양쪽 직원수는 1백70여명. 연간 매출은 판매계약 기준으로 60억원 수준. 한국업체가 합자사업을 타진중이다. 북경 12개 회사중 3위권을 달리고 있으며 상해에도 공장건설을 추진중이다. 여동생인 천화 사장은 『화재경보·감지기의 칩은 한국, 일본, 대만등에서 수입하지만 우리가 생산하는 공제기(제어컴퓨터)는 1대로 2천개의 화재경보·감지기를 커버할 수 있는 첨단기술을 갖고 있다』고 자랑했다. 일요일에 들른 북경외곽의 공장에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직원들이 에어컨이 켜져 있는 작업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북경공장의 석사급이상 연구개발인력은 6명. 천회장은 길림공대 기계공학, 컴퓨터공학 석사출신답게 출장을 갈 때도 노트북 PC를 꼭 가지고 다닌다. 할아버지때 함북 회산에서 이주해 왔다.<북경=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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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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