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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술관'을 표방하는 서울 여의도의 63스카이아트미술관이 유럽 화단의 거장 19명의 회화와 판화 63점을 모은 특별한 전시를 오는 24일까지 펼친다.
개관 5주년을 기념해 '유럽-그림으로 떠나는 여행'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운 이번 전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들이 망라됐다. 20세기 미술사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미술 운동의 연이은 교체. 야수파를 필두로 독일의 표현주의, 프랑스의 입체파, 구소련의 구성주의, 프랑스의 다다이즘, 그리고 초현실주의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미술계는 르네상스 시대 이후 지속된 전통적 화법을 거부하고 변화를 거듭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새로운 예술적 시도를 거듭한 대표적인 유럽 거장들의 작업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프랑스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환상과 우화를 통한 동화적 상상력의 세계를 화려한 색채로 풀어놓는 마르크 샤갈의 '빛의 서커스', 단순화된 형태와 그래피티(낙서)에서 볼 수 있는 직접적이고 활력 있는 낙서 자국을 특징적으로 사용한 장 뒤뷔페의 '조준 G 79'이 관람객의 눈길을 끈다. 신사실주의의 대표작가로 버려진 일상용품을 이용해 소비문명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아르망 페르난데스의 '봄날의 석양'과 신사실주의의 거장 세자르 발다치니와 '자유구상'의 대표작가 로베르 콩바의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스페인으로 이동하면 초현실주의 작업을 하는 후앙 미로의 '석양의 머리', 꿈이나 환상의 세계를 표현하는 초현실주의의 대가 살바도르 달리의 '초현실주의 꽃 소녀'와 '화병'을 만날 수 있다. 신체적 언어를 이용해 인간 내면의 세계를 즉흥적으로 자유분방한 터치로 표현하는 타피에스, 피카소와 미로 이후 스페인 미술의 계보를 잇는 미겔 바르셀로의 작품도 선보였다.
이탈리아 작가들의 작품을 모은 세션에서는 공간주의 운동을 일으킨 루치오 폰타나의 '공간개념-극장'시리즈와 평면과 입체의 대비를 통한 불연속적인 공간을 연출하거나 종교적 환경에서 작품 소재를 찾는 밈모 팔라디노의 '알레코'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네덜란드ㆍ벨기에ㆍ독일은 작가들의 성향이 비슷해 한 곳에 모았다. 이들 작가들은 1940년대 후반 초현실주의 양식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아방가르드 그룹인 코브라(CoBrA)를 결성했다. 이들의 대표주자로 네덜란드 출신의 카렐 아펠의 작업은 강한 색채와 거침 없는 붓질로 아이와 환상 속의 동물을 기괴하게 묘사했다.
유럽 그림 여행의 마지막은 영국 아티스트가 장식한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인 아티스트로 회화, 판화, 사진, 영화, 무대 장식 등 모든 미술 장르를 아우른 데이비드 호크니의 '물결'과 원초적인 감정을 화폭에 담아내 신진 작가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친 프란시스 베이컨의 '세 폭의 그림'이 눈길을 끈다. (02) 789~56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