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관 로스컷 매물 부담 주가 약세국면 이어질듯

종합주가지수가 약보합세로 마감되고 코스닥지수는 7일만에 오름세로 돌아서면서 급락하던 주식시장이 일단 한숨을 돌리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언제 다시 급락할 지 모르는 불안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어 리스크관리에 중점을 둬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종합주가지수는 12일 미 증시의 하락과 SK글로벌의 분식회계 파문 속에서도 전일보다 0.72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치며 선방했지만 주로 프로그램 매수세에 의존, 언제 다시 급락세로 전환될 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더욱이 기관 투자가들이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로스컷(손절매)` 물량을 쏟아내고 있어 단기전망을 극도로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이날 대대적인 매도공세를 취했다. 그동안 매매규모를 줄였던 은행권과 보험ㆍ신용금고 등이 매도에 나섰고 매수에 치중했던 일부 연기금도 매도 행렬에 가세했다. 이날 기관은 표면적으로는 854억원어치를 순매도했지만 1,000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수세를 감안하면 실제적으로는 1,900억원 가까운 주식을 순수하게 내다판 셈이다. 이에 따라 종합주가지수 반등국면이 조기에 나타나기보다는 하락세가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외국인 매도공세가 지속되고 있고 기관 로스컷도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보수적인 시장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프로그램 매수세가 완충 효과=SK글로벌의 분식회계 파장이 여전한 가운데 SK글로벌과 SKㆍSKC 등 관련기업들이 여전히 하한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은행주까지 여파가 미치는 상황에서 종합주가지수의 낙폭이 크게 줄어든 것은 대규모의 프로그램 매수세 때문이었다. 1,000억원이 넘는 프로그램 매수세가 유입돼 지수하락을 방어했다. 박은용 대우증권 선물영업팀장은 이와 관련, “수수료가 낮은 펀드들이 13일 트리플위칭데이(선물ㆍ옵션ㆍ주식옵션 동시만기일)를 맞아 만기청산을 노리고 단타로 대응한 결과”라며 “12일 유입된 프로그램 매수세는 고스란히 13일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관, 6개월만 로스컷 물량 쏟아내=기관투자가들이 지난 2월 이후 전개된 매수대열에서 이탈할 조짐을 보인 것은 향후 장세에 새로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날 매도물량은 투신권에 국한되지 않고 은행권과 보험ㆍ연기금까지 확산되고 있어 우려감을 더해주고 있다. 은행권과 보험은 각각 338억원, 395억원을 순매도했다. 그동안 지수받치기에 나섰던 연기금도 이날 157억원 어치를 쏟아냈다. 기관의 매도공세는 ▲SK사태에 따라 파장이 우려되는 종목군에 대한 매도공세 ▲지난 2월 이후 매수했던 종목군의 로스컷 확대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종원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부장은 “SK그룹 관련주에 대한 위험이 늘어났다고 인식한 기관이 일단 해당종목을 줄이는 매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우 미래에셋자산운용 주식운용2팀장은 “올들어 주가가 급락하면서 종목별로 로스컷 제한규정 가격까지 하락하자 은행과 보험권이 물량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재무적인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종목을 청산하는 움직임이 더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당장 이날 매도주문을 내놓고 팔리지 않은 종목군의 추가 매물부담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매도공세도 여전한 부담=전문가들은 현 증시 상황을 최악의 국면으로 보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시장을 둘러싼 제반 변수가 극히 부정적”이라며 ”며 “돌발변수와 패닉 현상이 결합해 추가하락이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인 매수주체 부재 상황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매물이 늘어나고 있어 일시적으로 500선을 밑돌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이 같은 최악의 상황이 단기에 그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낙폭이 워낙 커 기술적 반등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리스크 관리에 치중하는 보수적인 전략을 유지하면서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우량주에 대한 분할 매수시점을 포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영훈기자 dubb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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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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