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저축성 예금마저 제로금리라니…

금리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저축성 예금금리마저 제로금리까지 하락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월중 금융기관 기중평균금리 동향에 따르면 은행의 신규취급 저축성 예금금리가 연 4.45%로 전달에 비해 0.18%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11월 4.71% 이후 하락세가 이어져 사상 최저치 행진을 계속함으로써 물가를 감안한 실질금리가 사실상 제로금리에 들어선 셈이다. 이 같은 금리하락추세는 기본적으로 자금수급사정을 반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금융기관의 유동성은 넘쳐 나는데 자금수요가 일어나지 않아 돈이 남아돌기 때문이다. 점점 커지는 경제불안감 속에 주식시장의 장기침체, 부동산시장 안정대책 등으로 시중 자금이 안전한 은행권으로 몰려들고 있다. 특히 최근 카드사 부실과 SK쇼크 등으로 투신권에 대한 환매요구가 늘어나면서 은행권으로의 자금집중이 심화되고 있다. 반면에 경기침체 따른 기업들의 투자의욕 감퇴, 가계대출 부실화 우려에 따른 가계대출의 둔화, 부동산시장 안정에 따른 부동산 구입용 대출수요 감소 등으로 자금에 대한 전반적인 수요가 공급을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 자금의 수급에 비추어 금리하락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나친 저금리는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는 점에서 지나친 저금리상태의 지속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요구불예금도 아닌 저축성 예금의 제로금리는 한마디로 저축에 대한 유인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기간의 저금리기조로 가뜩이나 저축률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저축성 예금마저 제로금리 상태가 지속되는 경우 저축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저축률의 저하는 투자재원의 부족으로 이어져 앞으로 성장잠재력 확충에 심각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둘째로 저축에 대한 유인이 없어짐에 따라 시중자금의 부동화는 더욱 심해져 금융불안의 요인이 된다는 점이다. 정부의 강력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부동산투기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에는 달러사재기까지 겹쳐 환율불안을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주식시장의 장기침체도 시중자금의 부동화를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초저 금리에 따른 이 같은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기업의 투자의욕 제고 등을 통해 자금수요가 증가되어야 한다. 아울러 시중자금의 부동화에 따른 금융불안 등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증시활성화를 통해 시중의 자금이 생산적인 부분으로 흐르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시중의 자금은 넘쳐 흐르는데 마땅히 갈 곳이 없다는 것은 경제에 활력이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통영=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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