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6월 8일] 자원개발 기회 놓치지 말아야

김진석(대우조선해양 E&R 대표)

최근 발간된 세계적인 석유기업 ‘로열 더치 셀’의 보고서에 따르면 셀은 오는 2050년까지 아무리 줄여 잡아도 에너지 수요가 현재보다 2배는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에너지 문제와 관련해 당면하게 될 피치 못할 3가지 진실은 ▦2050년께까지 에너지 사용인구가 30억명 가량 증가하며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공급확대 노력이 필요하고 ▦에너지 사용량 증가에 따른 환경 측면의 스트레스가 가중된다는 것이다. 각국 원유투자 축소로 '호기'
이에 따라 셀의 전략목표는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면서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자본예산의 80%를 석유ㆍ가스를 개발하기 위해 상류부문(자원탐사ㆍ개발 등)에 투입하는 한편, 현재 45% 선에 머물고 있는 천연가스 생산 비중을 2012년까지 50% 이상이 되도록 추진하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국(EIA)의 전망이나 셀의 장기 1차 에너지 전망(대체에너지 개발이 순조로울 경우)을 봐도 석유ㆍ가스 즉 탄화수소화물 연료(석탄을 제외)가 1차 에너지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30년까지 약 60%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 2050년까지도 석유ㆍ가스의 절대 수요물량규모가 2030년대 수준은 될 것으로 보고 있는 점을 보면 미래를 위한 우리의 에너지 확보 전략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연간 1,500억달러(약 180조원)가량을 석유ㆍ가스 도입 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다. 이는 더 이상 우리가 석유ㆍ가스 확보를 단순 수입에 의존할 수는 없으며 이를 자급할 수 있을 때 엄청난 수입 대체 효과는 물론 석유ㆍ가스 관련 상류 부문 산업의 육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최근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저유가로 인한 원유탐사투자 축소 및 석유 수요 감퇴는 우리에게 절호의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유리한 투자 기회를 눈앞에 두고도 자금력 부족으로 주요 경쟁국인 중국이나 일본의 자원투자 행보에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으로 소극적인 투자에 머물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 이에 모두 분발하자는 의미에서 우리의 자원개발과 관련된 몇가지 사항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7번째로 큰 석유수요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상류 부문(탐사ㆍ개발)이 영세하여 자체 재투자 능력이 부족하며 하류 부문(유통)이 외국 자본에 종속돼 있어 석유개발 부문에 대한 절대 투자능력이 작아 이러한 한계를 헤쳐나갈 근본적인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 이점에서 석유공사 대형화를 통한 투자능력 확대가 구상됐는데, 과연 당초 의도대로 증자를 통한 투자역량 강화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 둘째, 중국과 일본은 금융 부문과 산업 부문이 원활히 공조하여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책적 패키지 딜을 다수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자원 투자 사업에 관한 금융 부문의 전문성과 이해도가 낮아 양 부문이 각각 따로 놀고 있어 이미 성사된 자원과 인프라 공급을 패키지로 거래하는 사업마저도 원활히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유망 에너지 투자 시스템 구축을
셋째, 국가 장래를 위해 추진되고 있는 ‘녹색성장의 과도한 기치(over green)’ 문제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강조했던 석유자립 의지가 퇴색된 것으로 오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녹색성장에 대한 강조와 함께 자원개발에 대한 상대적인 투자비중 축소 등 각종 재원배분과 수혜가 오도되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 넷째, 그나마 적은 규모지만 조성된 일부 자원개발투자 펀드의 경우 운영방식이 지나치게 경직되어 신속한 투자 결정을 요하는 유망한 사업 기회를 포착하는 데 부담이 되고 있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지나 않은지 하는 점이다. 지금 세계 에너지 시장에는 유망한 석유 광구 등 좋은 조건의 에너지 자산이 나오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엄청난 규모의 부동자금이 있다고 하는데도 바로 이 시점에 유망 에너지 자산에 공격적으로 투자할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못한 점이 너무 안타깝다. 이웃 나라는 되는데 우리는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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