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국제금융센터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골드만 삭스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무역흑자 확대로 원화가 절상돼 한국 제조업의 수익성 악화 및 수출감소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한국판 네덜란드병(Dutch disease)’ 발생 가능성을 지적했다. 네덜란드병이란 1959년 네덜란드에서 천연가스가 발견된 뒤 통화 가치가 높아지고 제조업 기반이 붕괴한 현상을 일컫는다.
골드만 삭스는 한국은행의 저금리 기조와 정부의 해외투자 활성화 정책이 원화 절상 압력을 완화해 네덜란드병 예방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한 발짝 더 나아가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했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최근 보고서에서 “추경 편성이 실물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겠지만 일시적·단기적 자금투입만으로는 제조업 생산성 및 수출 부문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엔저에 따른 수출 경쟁력 저하가 심화될 경우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국은행은 연 2.5%이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0.25%포인트씩 낮춘 데 이어 올 3월과 6월에도 0.25%포인트씩 더 내렸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5%가 됐다.
하이투자증권의 김진명 이코노미스트와 박상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 하반기에 추경 효과가 나타나고 메르스 충격에서 회복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성장률의 하방 리스크도 상당하다”며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4분기에 기준금리 인하를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도 “올 하반기에 내수경기 부양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3분기 성장률이 한국은행이 전망한 성장경로에 미치지 못할 경우 추석 직후인 10월에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내다봤다.
씨티그룹의 장재철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회복세가 급격하게 꺾이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조건부로 추가 인하 쪽에 무게를 실었다.
추가 금리 인하를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인 2.8%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공통적으로 내다봤다.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역대 최저치인 기준금리를 더 낮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 여전히 많기는 하다.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시점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는 것은 부담이다.
삼성증권 신홍섭 채권분석팀장은 “성장률이 전망치를 밑돌 가능성이 커졌다고 해서 곧바로 금리 인하가 필요한지는 따져봐야 한다”며 “최근 원화가 약세로 돌아선 점을 고려하면 인하의 시의성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는 “네 차례 금리 인하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가계부채 증가 문제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기준금리 인하는 득보다 실이 많은 일”이라며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더라도 앞으로 올라갈 일만 남았다는 기대가 형성되면서 시중 금리는 되레 올라갈 수 있어 외국인 투자자가 대거 빠져나가는 것과 같은 역효과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하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