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로펌들 강북으로 U턴

"업무효율 높이려면 대기업 본사 많은 강북이 유리"<br>지평·충정 이어 광장도 내달초 강북사무소로 통합<br>두집살림 땐 시간소비 등 단점 많아… 이전 늘어날 것

서초동 법조타운을 찾아 강남 테헤란로로 몰리던 로펌(법무법인)들이 강북으로 유(U)턴하고 있다. 러시(rush) 수준은 아직 아니다. 하지만 법원과 검찰청 주변에 머물면 ‘돈이 될 것’이라는 고집(?)을 꺾는 로펌이 하나 둘 늘고 있는 것. 이런 기류는 규모에 관계없이 다양한 로펌에서 감지되고 있다. 몰꼬를 튼 곳은 서울시장 출마여부로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이 대표 변호사인 법무법인 지평. 지평은 본사를 통째로 강남에서 강북으로 이전한 경우. 지난달 20일 강남구 대치동 다봉타워 빌딩에 있던 사무실을 중구 남대문 상공회의소빌딩으로 옮겼다. 정들었던 6년간의 강남 살림을 접고 강북에 새 둥지를 마련한 것이다. 법무법인 충정이 뒤를 이었다. 충정은 2월말 ‘형사팀’중심으로 꾸려왔던 서초사무소를 닫고 강남ㆍ북을 오가는 두집 살림을 청산했다. 지난 2002년부터 운영돼온 서초사무소는 만 4년만에 정리된 셈이다. 이 곳에서는 그동안 서울지검장 출신인 김진환 공동 대표변호사 등 10명 정도가 민사 및 형사소송을 주로 처리해 왔다. 이들 인력은 모두 중구 태평로 신한은행 빌딩에 있는 충정 본사에 합류했다. 충정이 세들어 있는 신한은행 빌딩과 지평이 옮겨온 상공회의소 빌딩은 바로 옆 건물이어서 두 로펌은 다정한 ‘이웃사촌’이 된 셈이다. ‘빅5’로펌 중 하나인 광장도 강ㆍ남북으로 나눠져 있던 조직을 강북으로 통합하는 경우다. 광장은 오는 4월초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센터빌딩에 있는 강남사무소(변호사 70여명)를 폐쇄, 강북사무소(중구 남대문로 해운센터빌딩)로 합칠 예정이다. 광장의 강남사무소는 지난 99년 2월 문을 열었으며 민ㆍ형사소송 등 송무(訟務)를 주로 처리해왔다. 광장이 강북에 확실하게 자리잡음에 따라 강남ㆍ북이 균형을 이뤘던 국내‘빅5’로펌의 소재지는 이제 강북 우위로 돌아서게 됐다. 광장과 김&장, 세종 등 3곳이 ‘강북파’인 반면 태평양과 화우 등 2곳이 ‘강남파’로 구분된다. 로펌들의 강북행(行) 이유는 여러가지다. 로펌들의 대형화, 전문화가 진행되면서 커진 몸집을 수용할 공간을 찾다보니 활발한 오피스빌딩 신축과 리모델링으로 강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무실 여유가 있는 강북으로 눈길을 돌리는 게 그중 하나다. 지평의 승수 변호사는 “조직이 커지다보니 강남 사무실이 좁아 새로운 곳을 물색하다 광화문 근처의 상의빌딩으로 결정했다”고 이전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배경은 법률 서비스 수요의 변화. 최근들어 민사 및 형사소송 등 송무분야 보다는 기업 경영이나 외국인투자와 관련된 자문, 금융거래 서비스의 비중이 커지고 있는 게 주된 요인이다. 충정이나 광장이 이원화된 조직을 강북에 한데 묶은 가장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광장의 한 변호사는 “대기업 본사가 여전히 강북에 몰려있고 은행 등 금융기관의 주활동 무대 역시 강북으로 주고객인 이들 기업과 금융기관에 대한 서비스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는 강북에 포스트를 두는 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기업과 외국인투자 자문 관련 일감이 국내 로펌 중 최다로 알려진 김&장과 금융분야에 강한 세종이 강북에서 떠나지 않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와함께 강남의 교통사정이 악화되면서 법조타운으로의 접근성이 강남(테헤란로)과 강북(광화문)간 별 차이가 없는데다, 두집 살림의 경우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어 사무소간 빠른 업무 협조가 힘들고 시간 낭비가 심하다는 점도 꼽힌다. 충정의 한 관계자는 “아무리 통신이 발달했다 하더라도 직접 만나서 협의할 사안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분리돼 있으면 왔다갔다 하는데 시간이 소요되는 등 비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로펌가에서는 지난 90년대 로펌을 테헤란로로 빨아들였던 ‘벤처’열기가 예전만 못하고, 대기업과 금융기관 본사가 대부분 강북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강북으로 되돌아오는 로펌이 더 생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태평양 등 송무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알려진 로펌들은 법조타운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강남을 고수할 전망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