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지엽말단 핑계로 종교인 과세 또 미룰텐가

종교인 과세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무산될 처지다. 소득세법 개정안을 심의 중인 국회 조세소위원회는 이 문제를 내년 2월 임시국회 때 다시 논의하는 선에서 결론을 미뤄버렸다. 과세 대상과 범위를 두고 다양한 견해가 제시돼 좀 더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과세기준을 두고 논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여야 모두 과세의 타당성에 공감대를 형성했음에도 결론을 미룬 소극적 태도에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이번 과세안은 종교계 입장을 대부분 반영한 법안이다. 종교인의 소득을 사례금으로 간주해 기타소득세 4.4%를 부과하자는 내용이다. 당초 근로소득세(6~38%)를 부과하려다 성직 수행이 '근로'가 아닌 '봉사'라는 종교계 주장을 수용해 과세강도 측면에서 크게 후퇴한 것이다. 더구나 종교인 과세는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수차례 공론화 과정을 거쳤던 사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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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기술적 문제로 논의할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국회의 해명은 한낱 핑계에 불과하다. 소득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지를 정하는 게 그토록 어려운 일인가. 소득세법에 모두 담기 어려우면 하위 시행령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내년 지방선거를 두고 종교계 눈치 보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내년에 통과시킬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선거를 치르는 해에는 민감한 법안이 제대로 처리된 적이 거의 없다. 더구나 임시국회 속성상 사안의 시급성이 없으면 그냥 미루는 게 보통이다.

종교인 과세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세수 효과는 미미하지만 상징성이 크다. 종교단체의 투명성을 높이고 조세형평성과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다. 사회적 합의도 다질 만큼 다졌다. 이번 정기국회 때 처리하지 않는다면 과세하지 않겠다는 뜻이나 다름없다. 여야가 예산안 통과시점으로 잠정 합의한 30일에 타결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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