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출국세 첫날부터 갈팡질팡(사설)

출국세(관광진흥 개발기금)가 시행 첫날부터 갈팡질팡이다. 정부가 해외여행을 떠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징수하는 출국세 부과제도가 준비 부족으로 혼선을 빚고 있는 것이다.출국세는 관광진흥개발기금법에 따라 「급조」된 부담금이다. 13세이상 64세미만의 내국인이 관광목적으로 출국하는 경우 1인당 1만원씩 부과된다. 그러나 1일부터 시행된 출국세는 시행 첫날부터 문제투성이의 제도로 떠올랐다. 우선 징수 방법이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부는 단체관광객의 경우 징수업무를 여행사에 대행토록했다. 여행사는 공항에서 출국세를 거뒀으나 고객들과 곳곳에서 마찰을 빚었다. 출국세 납부여부를 확인하는 곳도 없는데다 내지 않겠다고해도 이를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출국세를 낸 사람만 억울하다는 항의가 나올법도 하다. 여행사도 문제다. 여행사 설립이 신고제로 바뀜에 따라 요즘 생겼다하면 여행사다. 무면허까지 포함하면 전국적으로 2천여개사가 난립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만큼 부침이 심하다. 이들 여행사에서 출국세를 받아 정부에 제대로 납부하느냐 하는 것도 문제지만 도산했을 경우 그대로 끝이다. 출국세의 맹점은 개인적인 출국때 확연히 드러난다. 개인은 출국세를 은행에 납부토록 돼있다. 요령있는 사람이라면 출국신고서의 「출국목적」란에 공무 또는 사업이라고 적으면 된다. 일일이 확인한다는 것자체가 불가능한 까닭이다. 출국세는 그 성립과정에서부터 말이 많았다. 해외여행 자유화조치이후 내국인이 물밀듯이 해외로 빠져 나가자 관광수지 차원에서 금년 1월에 부랴부랴 제정된 것이다. 당시 국회에서는 국민에게 또 하나의 부담을 지운다는 점에서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시행령도 지난 6월말에 각의를 통과할 정도였으니 준비가 제대로 될리 만무다. 정부는 연간 5백만명의 해외여행자(금년추산)가운데 부과대상을 1백만명으로 잡고 해마다 1백억원의 출국세를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이 출국세를 관광자원의 개발및 확충에 쓰겠다고 밝히고 있다. 해외관광객을 유치하고 밖으로 나가는 내국인도 국내에 붙들어 두겠다는 전략이다. 국회통과과정에서도 논란이 됐지만 과연 연간 1백억원으로 관광자원을 효율적으로 개발·확충할 수있을지도 의문이다. 문체부는 출국세의 첫날 시행과정에서 문제점이 수두룩하게 드러나자 보완책을 서두르기로 한 모양이다. 부과액수·방법·대상도 전면 바꾸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민에게 부담을 지우는 행정은 신중해야 한다. 출국세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 빚어낸 전형적인 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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