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주택시장 뿌리째 흔들 '극약 처방'

송파신도시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식 검토<br>성공땐 정부수립후 첫 '집값잡기' 가능<br>"정책넘어선 도박" 실현가능성엔 회의적


‘토지임대-건물분양’방식은 아파트를 반 값에 공급하는 제도다. 송파신도시에 이 같은 공급 방식을 적용하겠다는 참여 정부의 이번 선택은 ‘정책’을 넘어 ‘도박’으로 평가되고 있다. 새 공급 방식이 제대로 들어맞을 경우 정부수립 후 처음으로 집 값을 잡는데 성공할 수 있다. 강남 집 값 뿐만 아니라 주택시장 판도도 근본적으로 바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실패할 경우의 파장 또한 만만찮을 것으로 전망된다. ◇발언 의미는=이해찬 총리의 이번 발언은 ‘집 값만은 잡겠다’는 참여정부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평당 5,000만원을 넘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강남 집 값만은 반드시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참여 정부는 출범이후 지난 3년간 ‘8.31대책’을 비롯해 수 차례에 걸쳐 부동산 안정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한 두달 ‘반짝 효과’를 보는데 머물렀다. 세금폭탄, 재건축 규제 등 십자포화를 퍼부었지만 강남 집값을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강남 집값을 올리고 서민들의 집값은 떨어뜨려 ‘집 값 양극화’만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참여 정부의 히든카드였던‘원가 연동제’만으로는 집 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 판교신도시에 얻은 교훈이다. ‘토지임대-건물분양’방식은 이 같은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극약 처방’이라고 볼 수 있다. 송파 신도시는 강남 집 값을 잡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송파신도시는 강남과 바로 맞붙어 있다. 그런 만큼 정책효과가 강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패한 판교신도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송파신도시에 ‘아파트 반 값 공급’이라는 ‘쇼킹 카드’를 꺼냈다고 볼 수 있다. ◇도입 가능한가=‘토지 임대-건물 분양’은 일반적인 아파트 분양과는 달리 건물의 소유권만 당첨자에게 넘기는 방식이다. 대신 토지는 정부 또는 공공기관에서 소유하고 아파트 분양자로부터 매월 일정액의 임대료를 받는다. 이 방식으로 아파트를 분양하면 분양가에서 토지부분이 빠지기 때문에 분양가가 절반가까이 줄일 수 있다. 토지 비중이 높은 서울의 경우 효과는 더욱 커진다. ‘아파트 반 값 공급’을 공약을 내세운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서울지역에서 평당 500만원대 아파트 공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땅을 국가가 소유하는데 필요한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는가가 하는 것이다. 또 이에 따른 토지 임대료를 적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가도 논란거리다. 이 때문에 서울에서 ‘토지 임대-건물분양’방식으로 30평대 아파트를 공급할 경우 매월 토지 임대료만도 100만원에 이를 것이란 반대 주장이 나온 상황이다. 시민단체인 경실련도 ‘임대료 부담’을 내세워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홍 의원은 이에 대해 “개발 밀도를 높이면 20만원선에서 묶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에서‘토지임대-건물 분양’방식을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는 결론이 나오고 있다. 송파 신도시는 서울시와 상황이 다르다. 대부분의 땅이 군부대 등 국ㆍ공유지인데다 그 동안 각종 규제에 묶여 있어 땅 값도 저렴해 토지 매입에 필요한 정부 예산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재원 마련을 위해 구태여 연기금을 동원하지 않아도 된다. 토지 매입비가 줄어든 만큼 토지 임대료를 월 20만원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된다. 새 건축비를 적용해 건물만 분양할 때 평당 분양가는 400~500만원선에서 묶을 수 있다. 특히 국ㆍ공유지 개발은 새로운 분양 방식 적용에 대한 반대가 적게 작용하는 것도 유리한 점이다. 종합하면 송파신도시는 ‘토지임대-건물 분양’방식을 적용해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집 값 안정될까=송파신도시는 강남과 인접해 있다. 200만평 규모의 대규모 신도시에 아파트를 강북의 절반 수준, 강남의 4분의 1 이하에 분양할 경우 기존 강남 집값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상승 일변도의 집 값을 꺽는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주택에 대한 개념도 종전의 소유 위주에서 거주 위주로 바뀌는 단초도 마련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새 집에 그것도 강남 집 값의 4분의 1밖에 안되는데 어떻게 강남 집 값이 오르겠느냐”라며 “강남 집값의 상승 동력은 크게 쇠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송파 신도시가 중소형 위주로 공급된다면 ‘토지임대-주택분양’ 방식 도입에 따른 효과가 반감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강남 중대형의 희소성을 더욱 높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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