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월가 동남아 금융위기 전망/1년지나야 투자이익 기대

◎위기 당분간 지속 미 등 외국인자금 본격 철수땐 심화 가능성도【뉴욕=김인영 특파원】 동아시아에 자금을 대거 투자한 미국의 국제 펀드매니저들은 이 지역의 금융 위기가 당분간 지속되며, 올 가을에 더 큰 파국이 올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동아시아 국가에 투자, 엄청난 손해를 본 뉴욕 월가의 뮤튜얼 펀드(상호투자신탁)들은 일단 동남아에 대한 투자를 관망하면서 1년이 지나야 투자 이익을 낼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자본이 중심이 된 동남아의 외국 자본이 본격적으로 철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리퍼 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개도국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투자회사들은 지난 8월(6∼29일) 평균 15.2%의 손실을 보았으며, 올들어 6.7%의 손해를 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동남아 국가에 50% 가까이 투자한 피델리티 개도국 펀드는 올들어 25%나 투자손실을 보았다. 미국 펀드 매니저들은 동아시아 금융 위기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는 첫번째 근거로 정부관리들이 금융 위기를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오펜하이머 펀드의 윌리엄 윌비 국제담당 이사는 동남아 경제를 절벽을 향해 질주하는 들짐승에 비유하고 있다. 동남아 정치지도자들이 고도 경제 성장의 신화에서 젖어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사회간접자본과 공장 건설에 과잉투자를 유도함으로써 더 큰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것이다. 푸트남 펀드의 국제투자 전문가 톰 헤즐렛씨는 동남아 국가에서 이자율이 상당 기간 상승, 주식 시장이 맥을 못출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투자에서 자금을 회수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펀드매니저들은 심지어 아시아 경제가 절망적인 상태에 이를 때까지 투자를 기다려야 한다며 지금은 투자를 할 때가 아니라고 권고하고 있다. 최근의 동남아 금융위기로 미국 자본이 이 지역에서 서서히 손을 빼고 있지만, 아직 큰 규모의 철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동남아에서 큰 손해를 본 피델리티 펀드의 경우 지난 3월 13억 달러에 이르던 개도국 투자 자금을 현재 절반수준인 7억1천만 달러로 줄여 운용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투자자금이 동남아 지역에서 본격적으로 빠져나가면 동남아 국가의 경제위기는 걷잡을수 없이 심화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고 미국의 투자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관련기사



김인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