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 칼럼/10월 31일] '실용'의 깃발을 거둬버려라

[데스크 칼럼/10월 31일] '실용'의 깃발을 거둬버려라 부국장대우 문화레저부장 홍현종 hjhong@sed.co.kr 베이징올림픽이 끝나자 이 나라 대표 수구 언론의 유명 칼럼은 철학 없는 경쟁만을 부추긴다고 정부를 비난하는 세력들도 경쟁의 산물인 금메달에는 열광한다며 좌파들의 분배 논리를 자기 기만이라는 주장과 연결시켰다. 올림픽에 대한 국민적 환호를 이데올로기 논쟁으로 끌고 간 ‘묘기’다. 또 다른 메이저 신문의 칼럼은 ‘분배와 나눔’의 논리를 ‘질투의 경제학’이라며 서민들 불만의 정서를 시기심 차원으로 끌어내리는 현란한 글재주를 과시했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든 이념 논쟁의 극단에 선 이 나라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쏟아내는 말의 성찬을 접하는 마음은 다름 아닌 ‘허무’다. 지식이란, 배움이란 도대체 무얼까. 마술과도 같은 말의, 논리의 교묘함에 인격이 아닌 지식의 기술자만을 양산해내는 이 시대 교육과 사회 풍토 탓으로 돌려야 할까. 지금 전 지구를 난리통으로 몰아넣고 있는 금융 위기가 주는 교훈은? 명료하다. 미국식 신자유주의에 대한 교조적 믿음에 대해 ‘이대로는 안 된다’는 메시지다.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무조건적 맹신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거듭 확인시켜주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는 신자유주의, 미국 중심의 세계금융질서가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강자가 '패'를 잡는 카지노 속성의 요인들이 출발점이다. 개인과 집단의 탐욕을 무한대로 팽창할 수 있게 한 금융공학과 파생상품시장. 실물이 거래되지 않음으로 인해 자산 가치가 마음대로 부풀려지는 신기루 같은 시장이다. 금융공학의 마법이 만들어낸 이 시장의 부산물 중 우리 삶에 가장 큰 폐해로 닿는 부분은 바로 불균형, 승자 독식 구조로부터 만들어지는 극심한 빈부차다. 도미노처럼 퍼져가는 오늘 글로벌 금융위기와 불균형에 대한 서방 경제학자들의 반성은 바로 이 같은 신자유주의 체제 개혁, 시장 만능주의에 대한 정부 개입 확대의 목소리다. 규제 완화와 민영화를 금과옥조처럼 내세우던 미국 정부도 부실을 국고로 메우고 주요 은행 국유화에 나선 일은 지금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는 현실이다. 세상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 우리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아니 시대 흐름과는 엇박자다. 이명박 정부의 시장 만능주의에 대한 믿음은 결코 흔들림이 없다. 부동산 세제정책에서 극명하게 읽히듯 부자만을 위한 극우적 정책 기조는 믿기 힘들 정도로 노골적이다. 창조를 위한 강건함이 아니라 퇴보를 향한 아집이다. 집권 이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건 전(前) 정권 탓하기, 내놓는 정책마다 70ㆍ80식 복고풍, 국가 개혁의 어젠다는 한 발짝도 나서지 못했다. 지금 집권 세력의 가장 큰 문제는 이데올로기 논쟁에는 핏발을 세우면서도 사회와 시장의 형평과 공정성의 문제에 대해서는 외면하려 든다는 점에 있다. 게임의 질서가 합리적이고 타당한 수준으로 확립되지 않은 환경에서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준다고 주장하는 목소리. 바로 그 같은 환경이 자신들의 이해에 유리한 탐욕스런 세력들의 외침은 혹시나 아닐런지. 모두가 평등할 수 없는 게 당연한 인간 사회다. 그러나 ‘공정과 나눔’의 사회적 선(善)을 향한 타당한 수준의 노력은 적어도 이 사회 구성원과 모든 집단의 정치ㆍ사회적 의무다. 그리고 정부는 그 경쟁의 과정이 합리적이도록 공정한 심판과 조력자가 되는 데 그 존재 의미가 있다. 극단적 양극화로 인한 우리 사회의 뿌리깊은 상처들, 그리고 글로벌 공황의 상황을 당장 면전에서 빤히 보면서도 집권 세력이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이 정권에 걸 수 있는 기대란 없다. 정부가 집권 초부터 그토록 외쳐온 실용. 그 실용이란 좌냐 우냐, 케인스냐 프리드먼이냐를 따지는 이념 공방의 문제가 아니다.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읽어내 틀렸으면 고치고, 부정하면 공정하게 만들어 국민들의 공감대 속에 국가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다. 인사도, 정책도 민초들의 뜻은 아랑곳 않고 그들만의 아집만으로 국정을 운영해온 이 정권, 처음부터 실용은 없었다. 차라리 실용의 깃발부터 거둬버려라. 그게 국민을 기만하지 않는 일이다.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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