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허울뿐인 특허강국 이대로는 안된다] <상> 덤핑 수임료, 구멍 뚫린 특허 양산

질보다 양·싼값 출원만 고집… '돈되는 특허'가 없다<br>한국, 등록률 높이기 급급 변리사 경쟁력으로만 평가<br>기술 권리범위 더 넓히고 보상체계·전문기관 도입등 특허 인프라구축 서둘러야



SetSectionName(); [허울뿐인 특허강국 이대로는 안된다] 덤핑 수임료, 구멍 뚫린 특허 양산 질보다 양·싼값 출원만 고집… '돈되는 특허'가 없다한국, 등록률 높이기 급급 변리사 경쟁력으로만 평가기술 권리범위 더 넓히고 보상체계·전문기관 도입등 특허 인프라구축 서둘러야 시애틀=우승호기자 derrida@sed.co.kr 황정원기자 garden@sed.co.kr ImageView('','GisaImgNum_1','default','260'); ImageView('','GisaImgNum_2','default','260');

한국은 지난해 국내 특허 15만6,885건, 해외 특허(PCTㆍ국제특허조약) 8,026건을 출원했다. PCT 출원 건수는 미국ㆍ일본ㆍ독일에 이어 네 번째로 많아 특허강국임을 자칭한다. 그러나 로열티ㆍ라이선스 수입을 보면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5만건이 넘는 PCT를 출원한 미국은 지난 2007년 575억달러의 로열티 흑자를 기록했다. PCT 출원이 3만건인 일본은 65억5,000만달러를 벌었지만 8,000건 넘게 출원한 한국은 31억5,0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한국이 매년 PCT 특허출원 건수를 20% 이상씩 늘리면서 2006년 이후 4위 자리를 지켜왔지만 로열티 적자폭은 오히려 커졌다. 이는 원천특허 등 강한 특허, 돈 되는 특허가 없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즉 속내를 들여다보면 돈 안 되는 특허출원으로 값비싼 특허료를 낭비하고 구멍 뚫린 특허를 쏟아내면서 기술만 유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미국 특허 변호사 겸 한국 변리사는 "한국에는 미국을 앞서는 첨단기술은 있지만 미국을 능가하는 첨단특허는 없다"며 "첨단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투자와 여건은 갖췄지만 첨단특허를 쓸 수 있는 전문가와 사회적 여건은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글로벌 기업 임원은 "한국은 100만원을 주고 쓴 특허와 1,000만원을 주고 쓴 특허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며 "기술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특허출원에 싼값을 고집하는 것은 값비싼 재료를 사서 동네 아줌마에게 요리를 맡기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미국, 특허 복잡한 만큼 돈 더 낸다=람세이 알사람 퍼킨스 코이 IP전문 변호사는 "미국이 특허강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특허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받쳐줄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기 때문"이라며 "기업이나 발명가들은 특허가치를 높이기 위해 비싼 비용을 지불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특허 수임료를 시간당 비용으로 청구한다. 발명이 복잡하거나 법률적으로 강한 특허를 원할 경우 수임료가 비싸진다. 비용은 시간당 150~400달러 정도로 옷걸이 등 단순한 발명은 5,000~6,000달러가 요구된다. 우산이나 칫솔 등 중간 난이도는 8,000달러, 카메라 등 약간 복잡한 것은 1만달러까지 높아진다. 화학이나 바이오기술 등 아주 복잡한 기술은 1만5,000~2만5,000달러 이상으로 올라간다. 특허신청이 거절돼 재심을 청구할 때는 2,000달러 또는 1만달러 이상의 비용을 추가로 내야 한다. 물론 특허청 등록비용 등은 제외된 숫자다. 일본도 최저 수임료가 40만~50만엔 수준이다. ◇한국, "특허는 질보다 양, 출원만 되면 오케이(OK)" 구멍 뚫려도 몰라=한국은 수임료를 건당 계산한다. 일부 기업은 입찰을 통해 수임료를 50만원까지 낮춘다. 대기업도 해외 로펌에는 시간당 계산해 수천만원을 지불해도 한국 특허는 백만원을 밑도는 수임료를 낸다. 또 변리사의 경쟁력을 특허출원 여부로 평가한다. 특허출원 건수와 등록률로 실력을 가늠하는 것. 이에 대해 미국 특허 변호사들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경고한다. 리처드 와일더 마이크로소프트 IP정책 고문변호사는 "특허는 특허청과의 논쟁을 통해 권리범위를 최대한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며 "등록 자체보다는 청구범위가 얼마나 넓고 촘촘하게 짜였는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미국 변호사는 "특허는 가치평가가 어렵고 뭐가 잘못 됐는지 확인하기도 힘들어 등록 여부만 따지게 된다"며 "그러나 허술한 특허는 기술만 유출하는 것과 같아서 출원을 안 하는 것만 못하다"고 경고했다. ◇특허 수임료 덤핑 관행 깰 촉매제 필요=전문가들은 한국이 강력한 특허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특허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허작성에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도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덤핑으로 건당 수임료를 결정하면 특허출원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이 그만큼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대학 교수는 "네이처지에 실린 논문의 특허도 문맥이 끊어지고 어색한 경우가 많다"며 "변리사들이 발명가와 계속 얘기하면서 기술을 이해하고 출원해야 하지만 비용과 시간에 쫓겨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주식시장의 기관투자가처럼 특허시장의 중심을 잡아줄 전문기관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전 IV코리아 대표인 심영택 서울대 법대 교수는 "미국은 수임료 체계가 다양해 기술가치에 맞는 수임료를 내고 특허를 만들 수 있다"며 "한국도 특허펀드 등이 등장해 변리사 업계를 계층화하고 좋은 기술이 강력한 특허권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철 크노브마틴 파트너(변호사)는 "미국은 100년의 역사를 통해 사회 전반적인 특허 마인드가 구축됐다"며 "특허 역사가 짧은 한국의 경우 특허 전문기관을 통해 인프라 구축을 앞당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특허를 전문적으로 투자ㆍ관리하는 곳이 기술을 평가하고 적절한 특허출원 비용을 지불하면 사회적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허울뿐인 특허강국 이대로는 안된다] 기획·연재기사 전체보기 혼자 웃는 김대리~알고보니[2585+무선인터넷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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