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재정절벽(정부 재정지출의 갑작스런 중단이나 급감에 따른 경제충격)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내년에 귀금속 투자수익에 대한 세금이 인상될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금과 은을 대거 내다팔고 있기 때문이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에서 금 2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트로이온스당 21.80달러(1.3%) 떨어진 1,645.90달러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 8월 말 이후 최저치다. 9~10월 랠리를 펼치며 금에 비해 더 큰 수익을 올렸던 은 가격도 이날 크게 떨어졌다. 은 3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온스당 29.678달러로 마감해 전날보다 1.438달러(4.6%) 급락했다. 은 선물가격이 30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은 8월 말 이후 처음이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재 미국 백악관과 공화당이 내년도 세제정책을 놓고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금 상장지수펀드(ETF)나 금괴 투자수익 및 고소득자들의 투자수익에 대한 세율이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더구나 재정절벽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미국의 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금 가격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존 베이너 공화당 하원의장은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해 수차례 만나 협상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다 이날 미국 상무부가 3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확정치를 당초 예상치였던 2.8%를 크게 상회한 3.1%로 발표하자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축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금값 하락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WSJ는 그동안 양적완화가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로 투자자들이 금과 은 투자에 나섰지만 이 같은 효과는 올해 안에 끝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귀금속 딜러인 프랭크 맥기는 "투자자들이 더 낮은 가격에 베팅하고 나서면서 전반적으로 대규모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의 금 매도세에도 불구하고 20일 기준으로 올 들어 금값 상승률은 5%를 기록해 12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올해 트로이온스당 2,000달러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갔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