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靑 "대통령 입 봉하라는 것" 선관위 성토

겉으론 '존중' 실제론 '비아냥'<br>선관위 결정'월권' 규정… 곧 법적대응 시사<br>한나라 '정권교체·대선승리' 발언도 문제삼아


극도의 불쾌감을 표시한 것일까.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법 위반 결정이 내려진 다음날 아침 열린 국무회의. 노무현 대통령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대신 1시간30분가량 흐른 뒤 천호선 대변인을 통해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겉으론 선관위 결정에 대한 ‘존중’의 표현을 썼지만 실제론 비아냥과 조롱이 한껏 묻어나 있었다. 한나라당에 대한 공격도 빼놓지 않았다. 한나라당에 대해 왜 선거법 위반 판정을 하지 않고 손을 놓고 있느냐는 것이다. 전선을 선관위와 한나라당, 양축으로 벌려 놓은 셈이다. 이에 맞서 노 대통령에 대한 한나라당의 검찰고발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청와대와 양축 간의 진검 승부는 이제부터라 할 수 있다. ◇선관위 사실상 조롱… 곧 법적대응=19일 정무관계 회의를 거쳐 나온 청와대의 반응에는 격한 감정이 곳곳에서 배어났다. “선관위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지만 이는 말 그대로 수사(修辭)에 불과했다. 뒤이어 나온 천 대변인의 발표문에는 “이번 결정은 대통령의 입을 봉하라는 것이다. 법도 법이지만 운영도 답답하다. 후진정치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는 반발이 넘실댔다. 거의 성토 수준이었다. 심지어 ‘권위’를 최우선시하는 선관위에 도전하는 차원을 넘어 비꼬고 무시하는 듯한 인상마저 풍겼다. “선관위의 권한을 확대 강화하고 권위를 드높인 결정”이라며 선관위의 결정을 사실상 ‘월권’으로 규정한 이후에는 “앞으로는 일일이 선관위의 답변을 받아 말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정치적 권리를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니 선관위 결정에 충돌하지 않도록 발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관위를 상대로 대통령의 발언권을 위한 투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관심은 이제 청와대의 이런 격한 반응이 언제 법적 대응으로 옮겨갈 것이냐 하는 것이다. 천 대변인은 “막연히 미뤄지지 않을 것이며 조만간 대응방침을 결정하겠다”면서 “권한쟁의나 헌법소원 둘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선관위의 초유의 법리 공방과 충돌 사태가 현실화된 것이다. ◇선거법을 한나라당과의 대립 도구로=이날 청와대의 반응에서 또 하나 주목되는 점은 선거법을 한나라당과 결부시킨 대목이다. 청와대는 “한나라당은 오래전부터 ‘정권교체’ ‘대선승리’를 끊임없이 외치고 있다. 모아보면 수백건도 넘을 것”이라며 “이런 발언이 사전 선거운동은 아닌지 선관위에 물어볼 일”이라고 말했다. 때맞춰 한나라당이 이날 검찰에 노 대통령을 사전선거 운동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선거법 문제가 당분간 전선의 핵심으로 떠오를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