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출범 이후 다양한 정책 의견과 가치관이 표출되면서 탈권위주의가 확산되었다. 의사결정이 과거의 하향식(Top-down)에서 상향식(Bottom-up)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러나 과도적으로 지나친 집단 이기주의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한 것도 사실이다. 이해 관계자들이 서로 다른 가치관을 인정하는 다양성 존중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사 갈등, 진보와 보수의 대립, 여당과 야당의 대결 등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면서 국가 차원에서 리더십이 위기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위기를 극복하고 선진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국가 혁신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보다 더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리더십 발휘가 요구된다.
국가 혁신을 이끌 리더십 창출에는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각계 리더들이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어야 한다. 정부, 기업, 사회, 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리더가 존경 받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서로를 신뢰하는 문화도 절실하다. 민주주의 가치관과 시장경제 원리에 대한 이해가 더 확산되어야 한다. 국가 혁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시급하다. 혁신 정책은 대중적 인기에 연연하지 말고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하게 수립되어야 한다. 이런 전제조건이 충족될 때,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되면서 국가 혁신에 성공할 수 있다.
정치 리더는 국가 차원에서 정부, 기업, 정치 등 각 분야를 통합하고 조정해야 한다. 아일랜드의 앨런 듀스는 국가 혁신이라는 비전 하에 정치∙경제∙사회 전분야를 통합하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했다. 영국의 대처 수상은 노사관계라는 가장 어렵고 힘든 부분에서 개혁을 이루어 국가 경쟁력 향상의 기틀을 마련했다.
기업도 창의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이다. 사우스웨스트의 허브 켈러허는 무형의 유머(Fun) 문화를 통해 신바람 나는 일터를 직원들에게 제공하는 등 문화적 노력으로 최고의 항공사를 만들었다. 월마트의 샘 월튼은 지속적인 학습을 추구하여 모든 직원들이 비전과 전략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여 초일류 기업을 만들었다.
리더십의 핵심 요소는 ① 비전과 카리스마 ② 공정성과 투명성 ③ 파트너십 ④ 공감대 형성이라는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비전과 카리스마는, 권력관계의 변화에 대한 저항을 조정하기 위해 낡은 비전을 단절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을 말한다. 공정성과 투명성은 신뢰 기반을 다지기 위해 필요한 요소다. 구체적으로는 자기희생 역할모델의 제시, 연고중심의 조직운영 탈피, 공정한 평가와 보상제도 운영 등을 말한다. 파트너십은 상호 대립을 떠나 상생관계(Win-win)를 형성하기 위해 상대방을 이해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공감대 형성은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새로운 방식의 사고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다. 국가 혁신을 위해서는 리더가 이런 네 가지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 또한 각계의 혁신 주체들에게 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변화하는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은 딱히 정해져 있거나, 일정한 틀로 규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개혁과 혁신을 이끄는 리더의 길은 다양하다. 새로운 리더십의 창조는 비전의 공유에서 출발하고, 리더는 구성원들이 자연스럽게 혁신을 향한 질서를 만들도록 코칭(coaching)과 지원(support)의 역할을 다해야 한다. 정치 리더는 국민들에게, 기업 리더는 직원과 소비자들에게, 봉사하는 마음가짐을 잊지 말고 늘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리더십 창출 기회를 탐색해야 할 것이다.
<정희수(서울경제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