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나스닥 '최악의 해'

나스닥 '최악의 해' 금리인하 미뤄지자 4.3% 급락… 최고치서 반토막 월가의 상황이 갈수록 절박해지고 있다. 나스닥시장이 개장이래 사상 최악의 한 해를 맞게 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9일 열린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결과에 대한 뉴욕 증시의 반응이 이같은 절박함을 잘 보여줬다. 이날 FOMC는 대부분의 예상대로 금리를 인하하지는 않은 채, 정책기조를 '인플레 우려'에서 '경기둔화 우려'쪽으로 옮겼다. 조만간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한 것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이 내년 1월31일 FOMC에서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3월 인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대체적인 평가는 예상했던 내용이 나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월가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이날 회의가 끝나기 전까지 줄곧 상승세를 보이던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는 회의 결과가 발표되자 약세로 밀리기 시작했다. 결국 나스닥지수는 4.3%나 폭락한 2,511포인트로 마감, 또다시 연중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지난 3월의 최고치 5,132포인트의 절반이하로 전락한 것이다. 월가에서는 이날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쪽에 크게 기대를 걸었던 것같다. 지난 5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장이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 조속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을 안겨준데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이 FRB 내부소식통을 인용, 이번에 금리인하가 단행될 가능성이 적지않다고 보도하는 등 금리인하를 기대할만한 주변 여건도 적지않게 조성되어 있었다. 제프리스의 수석 애널리스트 아트 호건은 "이번에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기대했던 투자자들이 제법 많았던 것같다"며 이들의 실망매물로 인해 주가가 급락했다고 분석했다. 또 이번에 금리를 내리지 않은게 앨런 그린스펀 의장의 실수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밀러 타박의 토니 크레센치는 "현재 시장상황은 금리인하나 경제상황의 실질적인 개선이라는 대형 재료가 없이는 투자자들의 신뢰가 회복되기 어려운 모습"이라고 지적하면서 "최근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경제나 증시 모두를 한꺼번에 되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그린스펀이 놓쳐버렸다"고 아쉬워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성명서에서 '통화확대 가능성'만이라도 비추는게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날 FOMC의 성명서가 예상된 수준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이 프리퀀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이언 셰퍼드슨은 이번 성명서에서 '불황(recession)'이란 단어가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셰퍼드슨은 "FRB가 갑자기 불황을 경고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번 성명서는 매파와 비둘기파간의 중간점에서 나온 것같다고 평가했다. 이번에 금리인하를 기대한 것은 무리였으며 성명서 내용만으로 놓고 보면 내년 1월의 금리인하 가능성도 경제지표를 추가로 분석한 후에 판단해야 할 것같다는게 그의 분석이다. 퍼캐스트의 선임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슬로안은 시장에서는 내년 1월의 금리인하를 기정 사실로 보고 있지만 경제지표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 1월 금리인하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 전문가들과 월가 투자자들의 시각이 상당히 다른 것이다. 월가는 보다 빠른 시일 내에, 보다 확실하게 경기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증거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아니면 최소한 불황으로 빠져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담보라도 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월가의 기대와 달리 그린스펀은 보다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이로 인해 뉴욕 증시는 사상 최악의 해로 마감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뉴욕=이세정특파원 bob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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