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공은 다시 청와대로 넘어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4ㆍ9총선 결과 한나라당이 가까스로 과반의석을 확보함에 따라 정책ㆍ입법 분야에서는 추진력을 얻었으나 정치적으로는 한나라당 안팎에서 60여석을 확보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측과의 관계를 재설정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 대통령은 당장 총선 다음날인 1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이 바라는 일 가운데 쉽게 할 수 있는 일부터 먼저 처리하라”면서 “이제 과반의석도 됐으니 가속도를 내서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며 민생ㆍ개혁 입법 처리의 ‘속도’를 강조했다.
집권 초 여소야대에서 벗어났으니 총선을 이유로 미뤄뒀던 경제살리기 현안 처리에 적극 나서줄 것을 비서진에 주문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오는 5월 임시국회에서 시급히 추진할 법안이나 안건에 대한 담당 수석들의 보고와 이에 대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금산분리 완화나 산업은행 민영화, 출총제 폐지, 지주회사 규제 완화 등은 모두 예고된 것이고 그 외에 법인세 인하, 연구개발(R&D) 투자액 세액공제 확대 등도 빨리 해야 한다”면서 “각종 규제 완화나 서민물가 안정대책, 특히 52개 생필품 가격 대책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공공기관 개혁 프로그램도 이미 예고했던 것이기 때문에 이른 시일 안에 할 것”이라면서 영어공교육 강화 방안에 대해서는 “그 문제는 중장기 과제로 일단 오늘 회의에서는 ‘교원평가제’를 시급히 처리하겠다는 보고가 있었고 그것이 수용됐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정치 분야의 총선 후속조치에 대해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총선에서 이재오ㆍ이방호 의원 등 ‘친이명박’ 핵심 인사들이 줄줄이 낙마하고 박 전 대표 세력이 약진하면서 정치지형이 급변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여러 세력들과 연대하지 않고는 집권 초반의 프리미엄에도 불구하고 당내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당장 무소속 영입으로 외형을 확장하자는 논의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이 11일 오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와 첫 정례회동을 갖는 데 이어 저녁에 당 지도부 및 중진의원들을 청와대로 초청, 만찬회동을 갖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이 이날 회의에서 총선 결과에 대해 “타협과 조정의 묘미를 발휘해 국정 운영을 해달라는 뜻에서 절묘한 균형감각을 보인 것”이라고 풀이한 것도 당ㆍ청, 당ㆍ정관계를 보다 활성화하겠다는 의사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이 과정에서 고위당정회의의 부활, 정치특보, 정무 특임장관 임명 등 당ㆍ청관계를 긴밀하게 할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