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과세상] 조선 역관은 코스모폴리탄이었다

■조선을 통하다(이한우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조선시대 왕의 입이 되어 조선의 뜻을 세계에 전한 역관(譯官)에 관한 이야기다.


당시 세계를 무대로 종횡무진 활약했던 역관들은 현재의 국제외교관들이다. 역관은 ‘중인 신분의 외국어 전문가’‘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외교에서부터 무역까지 활발하게 활동해 부와 명예를 거머쥔 길 위의 지식인’ 등으로 알려져 왔다. ‘허생전’에 나오는 변승업과 같이 ‘조선 최대의 갑부’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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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조선왕조실록을 근거로 역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펼친다. 역관의 업무는 단순 통역에 머물지 않았다. 조선이 중국, 몽골, 일본, 여진 등 주변 강국들에 둘러싸인 가운데 그나마 국제 정세를 직접 체험하고 당시 수준에서 세계화된 시야를 갖출 수 있었던 사람들이 바로 역관이었다. 역관들은 신분제 사회의 모순을 누구보다 첨예하게 느끼면서 동시에 급변하는 국제질서와 우물 안 개구리 조선 사이의 간극을 누구보다 깊이 체감하고 있던 계층이었다.

때로는 자신들이 가진 외국 체험을 바탕으로 외교 문제에 깊숙이 개입하기도 했다. 통역관이자 외교관이며 무역상까지 소화했던 역관의 역할은 아주 다채롭고 역동적이었다. 역관을 통하지 않고는 조선의 국제 활동은 사실상 어려웠다. 역관이 조선을 거점으로 세계를 무대 삼았다면 조선은 역관을 통해 그 세계를 확장했던 셈이다.

저자는 중국, 일본 등과 외교 첨병 노릇을 한 역관들은 사실상 조선의 글로벌리더이자 최초의 코스모폴리탄이었다며 그들을 통해 조선사회의 개방성이 그나마 높아질 수 있었다고 해석한다.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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