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무기명 회원권' 불황에도 잘나가네

지정인 없어 누구나 언제든지 예약·라운드 가능<br>주말 부킹보장등 '황제급 특전'에 희소가치까지<br>기업·금융권등 매수주문 잇달아… "부르는 게 값"

불황을 모르는 회원권이 있다. 이른바 무기명 회원권이다. 회원 특전을 극대화해 언제든, 누구든, 동반자까지도 회원 요금으로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어 ‘황제 회원권’이라 불린다. 5억원 이상 가격대 정회원권을 여러개 묶어놓은 듯한 구성에다 무기명카드 1~4매가 발급돼 접대 등으로 라운드 횟수가 잦은 기업체들에는 꿈의 회원권이나 다름없다. 때문에 기업들과 금융권의 매수 주문은 줄을 섰다. 지난해 하반기 전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 때 10억원 이상 초고가권이 반토막 이하 가격으로 급락한 가운데도 무기명 회원권만큼은 꿈쩍하지 않았다. 매물은 거의 나오지 않았고 시장에 나온 극소수 물량은 기존 시세에서 거의 변동이 없었다는 게 일선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분양가 40억원짜리 무기명 회원권도 나왔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개장을 앞둔 수도권 A골프장은 무기명카드 4매를 발급해주고 월 12회 주말 부킹을 보장하는 ‘황제급’ 조건을 내걸었다. 수량은 1~2계좌에 불과하며 한 대기업이 구입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으나 거래 특성상 시중에 매물로 나오기 전까지 확인은 어렵다. 불황기에도 식지 않는 무기명 회원권의 인기는 이용가치와 더불어 높은 희소가치에 있다. 투자비를 넘지 않는 회원모집 여력 범위 내에서 분양하기 때문에 수량이 많지 않다. 지난 2004년께부터 나오기 시작한 이후 현재 20여곳 정도가 모집을 했거나 모집 중이고 이들 골프장도 대부분 10계좌 안팎의 극소수에 불과하다. 거래시세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뛰었다. 최초로 알려진 비에이비스타 무기명회원권은 6억4,000만원과 10억원 등에 분양됐지만 20억원이 넘는 시세를 유지하고 있다. 파인크리크와 상떼힐, 엘리시안강촌(옛 강촌), 강남300, 스카이밸리, 정산, 크리스탈밸리, 아난티클럽서울(옛 리츠칼튼) 등도 고액 분양에도 불구하고 분양가 2배 이상의 시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무기명 회원권은 초고가와 중저가 분양으로 나뉘는 분위기다. 경기 안성의 윈체스트는 17억원짜리 VVIP와 29억원짜리 LVVIP회원 20계좌를 모집하고 있다. 예약만 하고 회원이 동반하지 않아도 4명 전원 정회원 대우를 해주고 각각 월 5회와 8회 주말예약을 보장하는 조건이다. 여주에 건설하는 휘닉스스프링스와 천안의 버드우드도 15억원에 무기명 회원권을 분양하고 있다. 떼제베ㆍ아트밸리ㆍ다이너스티ㆍ신라 등은 5억원 이내 분양가를 책정해 비슷한 가격대의 정회원권과의 차별화를 도모하고 있다. 무기명 회원권이 긍정적 측면만 가진 것은 아니다. 특혜에 가까운 부킹 특전으로 기존 및 일반 회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무기명 회원권이 늘어남에 따라 옥석을 가리는 지혜도 필요하다. 분양가가 높은 만큼 모기업의 재정상태, 코스, 주말 부킹률, 회원 수, 서비스, 접근성 등을 파악해야 이용 및 희소 가치를 최대로 누릴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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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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