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세계는 '경제 애국주의' 열풍

겉으론 "개방" 외치며 속으론 '맞춤형 방어벽' 구축<br>美, 한국 反외자정서 비난하며 항만운영권·유노칼 매각등 제동<br>日·유럽도 보호주의 바람 거세

개방이라는 글로벌 파고와 그에 따른 자국기업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기라는 현실 사이에서 세계 각국은 어떤 선택을 하고 있을까. 결론부터 보면 대외적으로는 개방의 당위성을 표명하면서도 대내적으로는 법제ㆍ규정ㆍ관행 등을 이용해 ‘맞춤형 방어벽’을 구축해놓고 있다. 타국에 대해서는 “불륜’(폐쇄적 국수주의)하지 말라”고 고압적인 자세를 취하면서도 자국에 대해서는 ‘로맨스’(기간산업 보호)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이른바 ‘경제적 애국주의’가 깃발을 날리고 있는 형국이다. 개방의 전도사를 자처하는 미국의 이중 잣대는 대표적인 사례다. SK-소버린, KT&G-칼 아이칸 사태에서 한국의 반(反)외자 정서를 비난해온 미국은 그러나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포트월트(DPW)가 뉴욕 등 6개의 미국 항만운영권을 인수하려고 할 때 의회가 직접 나서 반대해 이를 무산시켰다. 자국의 기반시설을 아랍권에 내줄 수 없다는 이유다. 이미 미국은 지난해에도 중국해양석유(CNOOC)가 미국의 석유회사 유노칼을 인수하려 했을 때 정치권의 반대를 내세워 이를 좌절시킨 전례가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정부가 나서 방어벽 구축방안의 모델을 제시한 경우. 지난해 신(新)회사법의 공표와 함께 일본은 경제산업성ㆍ법무성 공동으로 ‘적대적 매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기업들에 제공했다. ▦황금주(Golden Share)의 설정 ▦복수의결권주의 발행 ▦신주발행권 등을 이용한 독소조항(Poison Pill) 등 3가지 수단이 주내용이다. 이에 닛폰방송ㆍ마쓰시타전기 등 16개 기업이 독소조항을 채택했고 신닛폰석유 등은 신주발행 한도를 크게 늘리는 방식으로 M&A 대비책을 세웠다. 유럽은 아예 ‘경제적 애국주의’라는 이름으로 보호주의를 전면에 내세운다. 선두에 나선 프랑스는 이탈리아 에너지회사 에넬(Enel)이 자국 내 민간 에너지기업 쉬에즈(Suez)에 대한 적대적 M&A 의사를 밝히자마자 국영기업인 프랑스가스(GDF)를 동원, 자국 내에서 쉬에즈를 합병해버렸다. 철강ㆍ에너지 등 11개 전략산업에 대해 외국기업의 M&A를 정부가 거부할 수 있는 권한마저 부여돼 있다. 독일도 프랑스의 방위산업체 탈레스가 자국 내 기업을 인수하려고 하자 국내 기업인 티센이 인수하도록 정부가 독려한 바 있다. 물론 이 같은 보호주의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EU 집행위원장인 찰리 맥거비 등은 최근 EU 회원국들에 “경제적 애국주의는 차별적이고 비논리적이며 (단일 시장을 지향하는) 유럽법과 양립할 수 없다”는 맹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적대적 M&A가 이제 막 시작되는 국가에서도 방어벽 구축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중국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2월 중국 내 최대 포털업체인 시나닷컴은 중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경영권 방어를 위한 독소조항을 도입했다. 비록 상대가 자국 내 게임업체였지만 M&A를 막기 위한 단호한 조치가 시도됐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보호할 것은 보호하겠다”는 공감대는 형성돼 있는 셈이다. 강원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적대적 M&A에 대한 폭 넓은 용인은 80년대나 유행하던 흘러간 노래”라며 “오히려 소액주주운동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는 방안이 현재의 글로벌 대세”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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