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외국금융社 단순투자 탈피 인수·신규진출등 공세 전환

외국금융社 단순투자 탈피 인수·신규진출등 공세 전환외국 금융기관들의 국내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환란 이후 단순히 자본참여에만 머물던 방식에서 벗어나 국내 금융기관에 대한 직접 인수와 신규 진출을 통해 공격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 28일 AIG가 리스크가 남아 있는 현대증권에 대규모 자본을 투자한 것도 외국 금융기관들이 최근 한국을 대하는 자세를 엿보게 한다. 여기에 지난해까지 소극적 영업에 안주해왔던 씨티와 HSBC은행 등도 올들어 소매금융을 무기로 저인망식 접근방법을 택하는 등 국내 시장 잠식을 향한 발걸음이 어느때보다 빨라지는 상황이다. ◇메가 금융기관의 잇따른 진출 8월에만 벌써 3건의 대형 외국 금융기관 진출사례가 나왔다. 이달 초 세계적 금융·보험그룹인 미 푸르덴셜이 제일투신을 5억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영국계 리젠트퍼시픽그룹은 예금보험공사로부터 일은증권을 넘겨받았다. 8월28일에는 AIG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10억달러(1조1,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하는 매머드급 외자유치 사례가 등장했다. 이어 조만간 미국계 펀드인 칼라일-JP모건 컨소시엄이 6개월 이상 끌어온 한미은행에 대한 자본투자를 마무리, 최대주주로 등극한다. 미국계 투신사인 스커더와 영국계 슈로더도 금융당국에 투신운용사를 설립하겠다고 최근 신청했다. 과거 단순펀드가 아닌 세계적 금융그룹들이 공략해오기 시작한 셈. 세계적 부실채권투자전문회사인 써버러스가 조흥·광주은행과 한국종금의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등 대형 펀드들의 국내 진출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룹화하는 외국 금융기관 외국기관들의 국내 진출 양상 중 가장 크게 변화된 것은 국내 진출 후 사실상 그룹화된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 한국에서 금융슈퍼마켓이 될 것임을 선언한 리젠트가 대표적 예다. 98년 대유리젠트증권 인수를 시작으로 지주회사인 KOL 아래 리젠트화재와 리젠트종금·리젠트자산운용·일은증권 등 문어발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금융그룹 알리안츠의 공략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 6월 제일생명을 깜짝 인수한 데 이어 올초에는 하나은행 지분 12.5%를 취득하는 등 면모로는 리젠트를 오히려 능가하고 있다. 현대증권에 대규모 자본투자를 결정한 AIG도 이미 지난 6월 한국법인의 AIG생명보험과 AIG손해보험의 기업이미지(CI)를 통일, 영업망 확대에 나섰다. KOL 관계자는 『외국기관들은 한국이 여전히 높은 저축률을 유지하고 있고 성장성이 보장된 매력적인 시장인데다 현 시점이 싼 값에 진출할 적기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가뱅크들의 움직임도 본격화 씨티그룹·HSBC의 영업현황을 보면 국내 거액 예금자들이 언제라도 그들에게 빨려들어갈 수 있음을 엿보게 한다. 거액 예금자에 안정성과 철저한 1대1 금융서비스로 무장한 채 세를 불리고 있으며 5월에는 지분 100%를 출자해 국내 벤처투자를 담당할 씨티코프 캐피털코리아를 설립하기도 했다. HSBC 또한 은행·증권·투자은행 등을 거느리고 있으며 지점망 확대를 통해 씨티와 쌍벽을 이루고 있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예금부분보장제를 앞두고 안정성이 금융기관 선택의 주요 잣대가 될 것』이라며 『자연스레 외국 은행들의 세 확장도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속의 땅」인가, 「단순 먹거리 대상」인가 외국 금융기관들의 이같은 공습은 국내 시장의 잠재 성장성에 토대를 둔 「약속의 땅」이라는 믿음에 바탕을 둔 것일까, 아니면 단순 자본이득을 취하기 위한 「치고 빠지기식」 전략일까.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아직도 국내 저축률이 세계 수준인 34%에 달하는 점에 외국 기관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 같다』며 『특히 최근 명망있는 금융그룹들이 진출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국내 금융기관들이 외국 기관을 단순 자본유지 대상으로만 여길 경우 안방마저 뺏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2단계 구조조정을 서둘러 마무리한 후 투자자(예금자)로부터의 신뢰회복을 위한 시장 투명성 확보와 선진 금융기법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입력시간 2000/08/29 18:42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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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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