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증권회사를 신설하고 앞으로 시장상황을 고려해 기존 증권사를 인수, 덩치를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처럼 국민은행이 ‘인수’보다는 ‘신설’ 방식으로 증권업에 진출하기로 함에 따라 기존 증권사 인수와 신규 설립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기업은행이나 SC제일은행의 행보도 한층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8일 “증권시장 호황으로 기존 증권사 인수가격이 너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며 “신규 증권사를 설립한 후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기존 증권사를 다시 인수합병(M&A)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은행은 증권사 설립자본금이 500억원인 점을 감안해 신설 증권사의 자본금 규모를 이보다 2~3배 높은 1,000억~1,500억원에서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한누리증권의 가격이 너무 올라 현재 가격 수준에 인수하는 것은 부담이 된다”며 “일단 증권사를 신설한 후 기존의 증권사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규모를 키워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금융감독 당국이 증권사 신설 허용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무리하게 높은 가격을 주고 기존 증권사 인수에 매달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은 장부가치가 1,200억원인 한누리증권에 대해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해 장부가치의 2배인 2,500억원까지는 인수를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이며 한누리증권 측에 인수가격으로 2,5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누리증권 인수전에는 스탠다드차타드은행(SCB)이 국민은행과 경합을 벌이고 있으며 국민은행보다 500억원 높은 3,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국민은행은 2,500억원 안팎에서 한누리증권을 인수하지 못할 경우 신규 증권사를 설립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후 프리미엄이 떨어질 경우에는 기존 증권사를 인수해 신설 증권사와 합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SC제일은행도 한누리증권 인수 실패를 대비해 금융감독 당국에 증권사 신규 설립에 대한 문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을 쥔 스탠다드차타드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아 결론을 내는 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행도 증권사 신규 설립과 인수를 두고 막판 검토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업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일각에서 (증권사) 신규 설립을 확정됐다고 하는데 이는 사실과는 다르다”며 “정부와 협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에 연말께나 결론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