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나무로 작품을 만들어 온 영국 조각가 데이비드 네시(62)의 개인전이 사간동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그는 나무로 작업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무를 느끼며 나무와 함께 존재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자연스럽다. 전시장에는 수종에 따라 다른 모습으로 등장하는 나무 조각이 다양하다. 불에 그을린 사이프러스 나무로 피라미드ㆍ구ㆍ육면체를 늘어놓고, 숯으로 그린 드로잉을 조각 뒤에 그림자처럼 놓았다. 속이 빨간 주목을 불로 그을려 빨간색과 검은색을 대비시킨 조각, 통나무를 모닥불에 던져넣어 까맣게 그을린 조각 등 모양과 형태가 각양각색이다. 관람객들은 나무 조각을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무의 에너지까지 느끼게 된다. 그는 다양한 실험을 거쳐 나무의 천연색을 작품에 그대로 살려낸다. 세월이 지나면 오렌지 색으로 변하는 오리나무로 만든 작품과 나무와 금속을 덧대 입체화한 작품까지 새로운 감각을 전한다. 네시는 세상을 원통ㆍ구ㆍ원뿔 등으로 정의 내렸던 세잔에게 영향을 받았다. 그에게 이 같은 기하학적인 형태는 공간과 시간 그리고 움직임의 확장을 의미한다. 그는 "평생 나무에게서 배우고 나무를 경험하고 느껴가는 것이 내 작업"이라며 "나무로 만든 조각은 시간에 따라 조금씩 말라가면서 형태가 계속 바뀌는 현재진행형 작품이라 더 매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1978년부터 2003년까지의 북웨일즈 숲속에서 만들었던 작품 '나무바위'의 작업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와 드로잉도 함께 선보인다. 전시는 11월 26일까지. (02)735-8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