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고도 운전하게 해줍니다”
과장된 자랑이다. 하지만 한 중소기업이 내놓은 제품이 과장을 감수하고 인기를 끈다. 최근 다양하게 출시되는 차량항법시스템. CD를 넣으면 PDA보다 넓은 화면에 대한민국 모든 곳의 지리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실시간으로 데이터방송정보를 수신해 도로교통상황을 알려준다. 리모컨으로 목적지만 누르면 차가 밀리지 않는 길을 안내한다. 모르는 길이면 더 유용하다. 길안내와 함께 좌회전이면 “좌회전 하세요”, U턴 지점이면 “U턴 지점입니다”라고 음성으로 알려준다. 일반 CD롬과 동일해 음악CD, 비디오CD도 볼 수 있고 이메일, 게임도 가능하다.
이 제품을 탄생시킨 회사가 카나스(대표 손덕열, www.cavy.co.kr)다. 현대, 대우 등 대기업들과 경쟁하며 차량항법시스템 분야의 기술력 및 가격경쟁력에서 업계 1, 2위를 다툰다. 작년 한해에만 1만 여대를 판매했다. 특히 지난해 100억여원의 매출을 거두며 250%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보였다. 올해도 매출 200억원을 기대한다. 설립 6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
카나스 손덕열 사장은 쌍용정보통신 등 대기업에서 통신단말기를 연구해 오다 차량항법시스템에 눈을 떠 사업을 시작했다. 때마침 터진 외환위기로 대기업들이 사업을 철수하던 시기. “오히려 기회였습니다. 차량항법시스템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고급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었죠” 차량항법시스템 분야 전문가들을 대거 유입했다. 대기업에 뒤지지 않겠다는 욕심으로 단말기는 물론, 관련 소프트웨어와 컨텐츠인 지도까지 전부 자체 개발, 제작했다. 그 욕심이 빛을 발해 자체 브랜드로 GPS기술을 이용한 차량항법시스템 `카비`(Cavy)를 내놓았다.
“100여명의 직원 중 40%가 넘는 연구인력으로 만든 제품입니다. 네임밸류만 적다 뿐이지 제품 경쟁력은 최고라고 감히 자부합니다” 욕심이 큰 탓에 성과도 커 관련부품을 모두 자체 제작해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것도 성공 비결 중 하나다.
지난해 10월 카나스는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 한켠에 대지 1,000평, 건평 500평 규모의 공장을 마련했다. 한편 전국 대도시 및 주요관광지를 돌며 지도를 만들 `전국전자지도탐사단`도 파견했다. 전국 90여개 지역에 전문 판매매장인 `카나스 플라자`를 열기도 했다.
“시장은 무궁무진합니다” 이웃 일본의 경우 전체 차량의 30%가 차량항법시스템을 이용한다고 손 사장은 강조한다. 만반의 준비를 갖췄으니 이제 더 적극적인 시장 공략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게 손 사장의 포부다.
<현상경기자 hs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