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소비절벽 피했다… 한숨돌린 아베

■ 日 소비세 인상 한달

급락했던 소비 이달 중순부터 회복세

5대 백화점 4월 매출 감소폭 10~20% 그쳐

디플레 탈출 전 물가급등 새 불안 요인

日은행 "인플레 우려" 추가부양 딜레마


"산이 높았던 데 비하면 골짜기가 생각만큼 깊지는 않다."

일본이 17년 만에 소비세율 인상을 단행한 지 한달이 다가오면서 아베 신조 정부와 시장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나오고 있다. 당초 세율이 5%에서 8%로 오르면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증세 후 한달이 지난 지금 '소비절벽'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아직 공식 통계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이달 초 한동안 닫혔던 일본 소비자들의 지갑은 한달이 채 지나기 전에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불안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세율인상을 계기로 뛰어오른 물가가 중장기적 소비위축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추가 금융완화 여부를 놓고 일본은행의 딜레마는 날로 커지고 있다.


28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넷판에 따르면 소비세율 인상 이후 급락했던 소비가 이달 중순부터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일본 대형 백화점인 다카시마야의 매출은 세율인상 직후인 이달 1~6일 전년동기 대비 26% 급감했지만 이후 감소폭을 줄이기 시작해 1~22일 기준으로는 18%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일본 5대 백화점의 4월 매출액은 오는 5월1일 집계되지만 시장에서는 전년동월 대비 매출 감소폭이 10~20%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대표 화장품 업체인 시세이도 역시 둘째주까지 약 30%에 달했던 매출 감소율이 현재 10~20%까지 둔화됐다. JP모건증권의 무라타 다로 애널리스트는 3월 세율인상에 따른 소비특수 효과를 감안할 때 "-20%면 나쁘지 않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경제산업성이 이날 발표한 3월 소매업 판매는 11% 증가했다. 이는 1997년 이래 최고 증가율이다.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제품을 사두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에 구매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백화점 판매는 25.3%나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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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정부와 시장 관계자들은 소비세 증세에 따른 경기냉각을 피했다는 안도감을 내비쳤다. 앞서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은 "특히 눈에 띄는 경기하락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완만한 경기회복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증세 이후 일본의 물가 상승세가 완연해지면서 4월 도쿄 소비자물가지수가 22년 만에 최고인 2.7%(신선식품 제외)를 기록하자 아베 정권의 디플레이션 조기탈출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후지쓰연구소의 마틴 슐츠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CNBC에 "세율인상분이 소비자들에게 원활히 옮겨가고 있다"며 "아베 정권이 일본 경제에서 디플레이션 요인을 성공적으로 없애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베노믹스'의 최대 시험대로 여겨진 소비세율 인상에도 경기가 연착륙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아베 정권은 증세에도 별다른 타격 없이 정권기반을 다지게 됐다. 27일 가고시마에서 치러진 중의원 보궐선거와 오키나와현 오키나와시 시장 선거에서는 나란히 집권 자민당 후보가 승리했다.

하지만 보다 중장기적 불안요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우선 디플레이션에서 미처 벗어나기도 전에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3%포인트의 소비세율 인상분뿐 아니라 그동안 자체적으로 흡수해온 원가 상승분까지 판매가격에 반영하며 4월 이후 일부 생활용품 가격은 10% 이상 올랐다. 고속국도 요금은 40% 이상 인상됐다. 전국의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대 중반을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아베 정권의 임금인상 요구에 힘입어 상당수 기업들이 올해 2%대의 임금인상을 계획하고 있지만 임금 오름폭이 물가상승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소비가 충분히 되살아날지는 불투명하다.

일본은행의 통화정책도 딜레마에 빠졌다. 아베 정부와 시장은 경기부양을 위해 일본은행의 추가 금융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디플레이션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일본은행은 추가 완화에 회의적이다. 특히 공격적인 양적완화 탓에 장기국채 금리가 여전히 0.6%대의 낮은 수준에 머물면서 일본 국채에 대한 시장의 외면이 가시화하고 추후 국채 가격 폭락에 대한 경계심도 커지기 시작했다. 블룸버그통신은 국채시장이 물가상승세를 반영하지 못하는 데 대한 일본은행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면서 갑작스러운 금리인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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