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방' 파문에 신뢰추락

'동방' 파문에 신뢰추락 [위기의 2금융권] (上) 살얼음판 위의 '신용금고' “13년만에 터진 대형 금융사고.” 동방금고 사건이 정재계 로비 및 금고간 교차대출등 연일 새로운 파문을 일으키며 금고업계 전반으로 `불똥'이 튀는 양상을 보이자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87년 서울 영신금고에서 발생한 대형 금융사고를 떠올리며 한탄어린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당시 영신금고 역시 불법 출자자대출로 인근에 있던 평화시장의 수많은 상인들에게 피해를 입히며 사회적으로 큰 파문을 불러온 끝에 결국 타금고에 인수되면서 모습을 감췄다. 하지만 신용금고 업계에서는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그 이후에도 크고 작은 불법 금융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가깝게는 올 상반기 우풍금고가 주식공매도 사건으로 문을 닫은 것을 비롯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후 무려 40여개 금고가 출자자 대출등의 화근이 돼 퇴출됐다. 새한(거평)이나 대한(성원건설), 나라(보성어패럴)등 종금사들도 대부분 대주주의 경영부실과 불법대출 때문에 몰락했다. ◇금고 `뱅크러시' 확산 조짐=동방금고 불법대출 파문 이후 금고업계는 그야말로 완전 초비상이다. 교차대출로 물의를 빚은 해동금고 등에서는 26일 아침부터 사실확인 문의가 빗발치며 이미 예금인출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동방'이라는 같은 이름을 쓰고 있는 지방금고 2곳도 예금인출에 시달리고 있다. 또 이날 인천 대신금고 인근에 있는 정우금고도 `유탄'을 맞아 전격 영업정지에 들어갔다. 더 큰 문제는 억울하든 아니든 간에 이처럼 `사연'이 있는 금고들에만 예금인출이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동방금고 사건 이후 각 언론사와 금고연합회등에는 자신이 거래하고 있는 금고가 안전한 지 여부를 묻는 전화가 쏟아지고 있으며 실제로 이번 사건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상당수 금고들은 이유도 모른 채 예금인출을 요구하는 고객들을 설득하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IMF사태 이후 크고 작은 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업계 전반의 신뢰도가 크게 추락된데다 예금부분보장제 실시등을 앞두고 고객들의 불안감이 극에 달한 상태에서 `동방사건'이 직격탄을 날린 셈이 됐다. ◇구조조정 일정에도 악영향=정부는 당초 올 연말까지 부실금고는 물론 부실우려가 있는 곳들을 포함해 총 30여곳 안팎을 제3자 인수 및 정리등의 형태로 정리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과 일정은 뜻하지 않은 이번 동방금고 사건으로 인해 차질이 불가피 해 졌다. 우선 부실금고를 인수할 만한 여력이 있는 우량금고들 대부분이 벌써부터 몸을 잔뜩 움추리고 있다. 한 대형금고 관계자는 “저축은행 전환등 정부가 어렵게 만들어 준 청사진에 이번 사건이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거기다 상당수 부실금고들도 불법 출자자대출이나 부실대출로 얼룩져 있어 섣불리 인수에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경남의 한 금고인수를 검토해 왔던 서울지역 J금고가 이번 사건 이후 일단 이를 보류하기로 방침을 번복한 것을 비롯, 상당수 다른 대형금고들도 당분간 내부단속을 강화하는데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 상태론 연내 구조조정을 제대로 완료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모두가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는 기분”이라도 토로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신용금고 뿐만 아니라 신협ㆍ새마을금고등 서민금융기관과 종금사등 다른 2금융권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금융권 전체가 총체적 위기로 빠져들어가는 형국이다. 입력시간 2000/10/26 17:05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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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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