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흙으로 빚은 모성애의 푸근함

한애규 개인전 '침묵' 인사아트센터서 13일까지

한애규의 ‘침묵’ (테라코타).

국내서는 드물게 테라코타(흙으로 빚어 구워낸 조각) 작업으로 여성과 모성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온 여성작가 한애규씨의 작품들이 한층 따뜻해졌다. 종로구 관훈동의 인사아트센터 3층에서 전시에서 보여지는 ‘침묵’ 연작 30여점은 인물과 동물의 형상을 단순화시켜 커다란 돌덩어리처럼 표현해냈다. 등받이가 높은 의자나 뭉툭한 테이블, 간이의자, 오래된 비석, 고인돌 등으로 형상화 된 돌덩어리들은 침묵하면서 관람객들더러 그냥 앉아 쉬라고 한다. 이들 조각들 무게는 무려 50kg를 육박한다. 작품들은 뭉툭하고 육중한 흙덩어리의 투박한 질감을 보이지만 안은 텅비어 건드리면 풍경소리 같은 아름다운 공명으로 울린다. 그래서 관람객들은 앉아도 보고 만지면서 황토 같은 질감에서 오는 편안함을 만끽한다. 한켠에 세워진 ‘회오리’라는 작품역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 회오리물살을 거쳐 튀어나온 얼굴들의 표정들이 그지없이 넉넉하다. 그 속에 녹아있는 인간들이 회오리 같은 인간사를 거친 작가의 사색을 느끼게 한다. 90년대 일상에 대한 구체적 묘사로 가사노동과 가족, 사회구조 속에서 여성이 느끼는 분노와 체념, 번민 등과 같은 복합적인 감정의 굴곡을 보여줬던 예전작들에서 볼수 없었던 편안함이다. 또한 2년전 관훈동의 가람화랑에서의 ‘여행’연작서 보여줬던 육중한 덩어리의 여체들의 얼굴표정들 보다도 더욱 정답다. 따뜻하고 푸근한 흙의 질감을 고스란히 간직한 작품들과의 신체적.정서적 교감을 통해 자연의 무한한 포용력을 느끼고 생명체로서의 인간다움이라는 무엇인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전시다. 한편 무한한 상상력의 원천인 꿈을 소재로 한 부조인 ‘꿈’ 연작 30여점도 3층 3전시장 옆방인 특별전시장에서 전시된다. 13일까지. (02)73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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