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달 1일 수출 대책의 일환으로 중소기업 수출을 대행하는 '전문무역상사'를 활성화시키겠다고 발표한 후 발전 공기업 중 하나인 남동발전이 만들어 낸 수출 전문회사 'G-TOPS'가 주목을 끌고 있다. 정부의 이번 전문무역상사 발상이 바로 이 공기업의 작은 혁신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공기업이 협력 중소기업들과 함께 지분을 출자해 수출 전문회사를 세운 후 중소기업 제품을 들고 전세계 발전 기자재시장에 뛰어든 보기 드문 도전 사례로 꼽힌다.
5일 남동발전에 따르면 G-TOPS는 2011년 협력사와의 동반성장 간담회 과정에서 탄생했다. 당시 해외 진출을 모색하던 남동발전 협력사들은 개별적으로 수출 전문부서를 만들거나 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한계가 있는 만큼 제품 수출을 전담하는 전문상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이를 남동발전이 적극 수용하면서 남동발전과 16개 협력사 연합인 명품글로벌홀딩스의 합작회사 G-TOPS가 탄생했다.
초기 자본금 10억원은 명품글로벌홀딩스가 71%, 남동발전이 29%를 부담했다. 이후 남동발전에서 기술 경력이 풍부한 김초씨가 자원해 사장으로 부임했다. 남동발전의 한 관계자는 "협력사들 발전 기자재 특장점을 전반적으로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대표를 맡아야 해외 수출에서도 경쟁력이 생길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사업은 올해부터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다. G-TOPS의 국내 매출은 110억원을 돌파했으며 50억원 수준의 해외 수출이 추진되고 있다. 조만간 사우디 해수담수화공사, 두바이 전력청 가스터빈 등에 우리 중소기업 기자재 공급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제품도 16개 주주회사의 제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쿠웨이트ㆍ이란ㆍ미국ㆍ대만 등 다양한 국가에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80여개 중소기업의 수출을 대행해주고 있다.
G-TOPS의 가장 큰 어려움은 중소기업 대부분이 해외 수출 실적이 없다는 점이다. 제품의 성능은 우수해도 신용이 쌓여 있지 않으니 수출이 쉽지 않다. 남동발전은 이에 해외에서 중소기업 제품의 신용도를 쌓는 역할에 주력하고 있다. 남동발전 관계자는 "교류하는 해외 회사에 임의로 중소기업 제품을 설치해주고 그 실적을 바탕으로 다른 수출창구를 뚫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대ㆍ중소기업 간의 공동 출자를 통한 이 같은 수출모델을 하반기부터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 7월까지 '전문무역상사 활성화를 통한 중소기업 수출지원 방안'을 수립하고 연말 대외무역법 개정을 통해 전문무역상사 지정ㆍ육성 제도를 도입한다. 권평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남동발전 사례를 벤치마킹해 전문무역상사가 수출 중소기업들의 활로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