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서민·중산층 희망이 무너진다

주식·부동산값 폭락… 치솟는 금리…<br>빚내 식당차렸다가 파리만 날려… 매물 내놨지만 찾는 사람 없어<br>펀드 반토막 나 결혼 미루기도… "어떻게 살아야 할 지… " 한숨만

#1. 퇴직금과 은행대출 등 2억원을 들여 지난해 10월 서울시내에 165㎡ 규모의 삼겹살전문점을 차렸던 이모(50)씨는 최근 늘어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1년 만에 가게를 접었다. 이씨는 “가게를 살려보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경기가 너무 안좋다”면서 “퇴직금도 다 날리고 은행 빚만 남았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암담하다. 이러다 삶에 대한 희망마저 잃을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2. 회사원 박모(28ㆍ여)씨는 “지난해 10월 해외 펀드가 수익률이 좋다는 말을 듣고 혼수비용으로 준비해뒀던 3,000만원을 거치식 주식형펀드에 투자했는데 수익률이 -40%로 급락했다”면서 “예비 신랑과 상의해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잡으려던 결혼 날짜를 더 미루기로 했다”고 허탈해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식시장과 부동산 값이 폭락하고 금리는 치솟는 상황에서 서민과 중산층 가계가 급격한 자산 디플레이션 상황에 처하고 있으나 뾰족한 방안이 없어 삶에 대한 꿈ㆍ희망마저 잃어가고 있다. 특히 정부가 19일 경기 대책을 내놓기는 했지만 선진국 등에 비해 한발 늦은 ‘뒷북조치’로 정책 타이밍을 놓치는 등 시장에 정책 신뢰를 주지 못해 과연 현 상황을 제대로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시민들의 걱정과 불만의 목소리가 드높다. 직장인 권모(41)씨는 지난해 서울 염창동의 106㎡형 아파트를 4억5,000만원에 처분하고 금리 5%대로 은행 돈 2억원을 빌려 경기도 과천의 66㎡형 아파트를 6억5,000만원에 구입했다. 현재 이 아파트의 시세는 5억~5억5,000만원 선으로 20%가량 떨어졌다. 한달에 100만원 정도의 이자를 부담했지만 그 사이 금리가 치솟아 한달에 150만원의 이자를 내고 있다. 권씨는 “소득은 그대로인데 이자부담은 늘어나니 소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며 “시장원리에 따른다지만 이자가 이처럼 오르면 누가 버틸 수 있겠나. 뭔가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자영업자들의 고통도 극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다니던 회사의 부도로 직장을 그만두고 9,000만원을 들여 33㎡(10평) 규모의 배달전문 치킨집을 창업한 김모(41)씨는 경기침체와 조류 인플루엔자(AI) 사태까지 겹치면서 임대료내기도 힘들자 얼마 전 권리금도 없이 점포를 내놨지만 보러 오는 사람조차 없어 어쩔 수 없이 가게를 계속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고 장사를 시작한 내 탓이 가장 크지만 경제를 살리겠다고 해서 대통령을 뽑아줬는데 물가만 올려놓고 서민경제를 나락으로 떨어뜨리고 있다“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정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부동산시장이 급격하게 냉각되면서 아파트 가격이 폭락하고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데도 주택 500만호 건설 계획과 그린벨트해제와 같은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을 내놓고 있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6월 이후 한 건의 매매도 성사시키지 못했다는 과천 D공인의 한모(46ㆍ여)씨는 “아파트 값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서 매수에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이 상황에서 주택공급을 더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종호 한양대 금융경제학부 교수는 “현 정부 경제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라며 “중산층과 서민층을 위한 최소한의 재정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올 겨울은 그 어느해보다 추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종우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화병ㆍ스트레스클리닉 교수는 “주식과 펀드의 경우 습관적이고 반복적으로 자신의 실적을 확인하게 되므로 요즘처럼 불황일 때 받는 스트레스는 매우 극심하다”며 “스트레스는 곧 신경계의 과민반응을 유도해 혈압을 올리고 심장박동과 호흡을 빠르게 하며 소화불량ㆍ심장질환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통증이 심하면 즉시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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