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남 탓만 한 저축銀 청문회

여야 의원들은 저축은행 부실화 문제를 따지기 위해 20ㆍ21일 이틀간 열린 청문회를 앞두고 잔뜩 벼른 눈치였다. 일부 의원들에겐 철저하게 파헤쳐보겠다는 결기마저 느껴졌다. 실제로 청문회는 밤늦도록 이어졌다. 그렇지만 상대방을 공격하는 칼날만 날카로웠지 자기 진영의 과오를 인정하는 이들은 없었다. 여당 의원들은 이헌재ㆍ진념 두 전직 경제부총리에게 저축은행으로의 명칭 변경과 소액 신용대출 확대를 추궁했지만 꼿꼿한 반박 앞에 가로막힐 뿐이었다. 게다가 두 전직 부총리가 재임한 지가 10년이 넘었다. 10년 전 일로 이들에게만 저축은행 부실의 책임을 묻기에는 너무 많은 시일이 흘렀다. 나비효과라고 주장하는 게 더 낫겠다. 이들을 비난해 현 정부가 부실 저축은행 인수합병에 인센티브를 적용했고, 무리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감독하지 못했던 실패를 감출 순 없다. 현 정부에서 경제 수장을 지낸 이들은 야당 의원들의 공격 표적이 됐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융감독위원장 시절 벌인 조치들을 비판했다. 하지만 8ㆍ8클럽 조치를 시행하고, 저축은행이 2006년 이후 부동산 폭등에 편승해 너도나도 PF대출에 뛰어들었던 건 참여정부 시절이다. 윤 장관은 현 정부 경제 수장이지만 참여정부 금융정책의 책임자기도 했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을 때 잘못한 일을 비난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는 건 어떤 뻔뻔함인가. 여야 모두 이번 청문회가 4ㆍ27 재보궐선거에 미칠 영향에 크게 관심을 쏟았다. 청문회를 준비한 이들 모두 전현직 경제ㆍ금융정책 책임자들이 청문회에 선 것 자체에만 의의를 두고 있었다. 자기반성이 있었다면 유권자들의 마음을 좀더 움직이지 않았을까. 윤 장관이 청문회장에서 "이번 청문회를 계기로 저축은행 문제가 정상화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여야 입장에서 윤 장관의 바람이 이뤄지길 기대했다면 스스로의 과오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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