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中·日 바둑영웅전] 반집의 비밀
제9보(201∼260)
종반에 이르면 판은 좁아지고 영토의 윤곽이 드러난다. 승부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계산이 가능해진다. 종래의 노국수들은 이 단계에 이르면 ??두었군 하면서 빠른 속도로 설렁설렁 두어치우곤 했다. 그러나 최근의 프로기사들은 종반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미세한 바둑인 경우에는 종반에 승부가 뒤바뀌는 일이 빈번함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종반에 이를 때쯤 되면 초읽기라는 힘센 도깨비의 위협을 받는 일이 많으므로 부담이 갑절로 불어났다. 분명히 눈에 보이는 승부건만 손에는 잘 잡히지 않는 반집의 비밀이 클로즈업된 것이다.
“반집의 비밀. 아 그것을 터득할 수만 있다면….”
서봉수가 여러 차례 탄식조로 뇌까린 말이다. 종반의 난해함을 고백한 것이다. 종반의 전문가는 바로 한국의 이창호. 그런데 그 이창호가 이 바둑에서는 결정적인 종반 실수를 보였다.
백32로 몬 것이 실수. 흑33으로 반집승부가 되고 말았다. 백32로는 참고도의 백1, 3으로 두어야 했고 그것으로 백이 3집반쯤 확실하게 이기는 바둑이었다.
창하오쪽에서도 실수가 나왔다. 흑53이 그것. 이 수로는 56의 자리와 가의 자리를 선수로 두고 나서 나에 두는 것이 정교한 끝내기였다. 그것이면 흑의 반집 승리였다. (5, 11…2의 위. 8, 14…2. 18…중앙 5점 먹여침. 19…따냄. 36…중앙 5점 따냄. 57…36의 왼쪽)
260수 이하줄임 백2집반승.
/노승일·바둑평론가
입력시간 : 2005/08/09 1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