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1급 공무원 일괄 사표 받다니…

공직사회가 흔들리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으레 장ㆍ차관이 바뀌면서 후속인사가 뒤따라, 공직사회는 술렁대게 마련이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경우 그 동요가 지금까지 와 는 사뭇 달리 태풍격이다. 검찰인사를 앞두고 검사들의 집단반발로 대통령까지 나서야 했던 해프닝도 헌정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거니와, 겨우 진정 단계에 들어서는가 했더니 이제는 각 부처마다 또 한바탕 소동이 빚어지고 있다. 행정자치부와 해양수산부를 시작으로 거의 모든 부처가 1급 공무원을 대상으로 일괄 사표를 받고 있고 있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에서 1급에 대해 사표를 제출 받는 케이스는 종종 있었지만 문제가 있는 사람을 특정해 받았을 뿐이다. 이번처럼 일괄해서 받는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적지 않은 후유증이 예상되고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68조(의사에 반한 신분조치)에 따르면 `공무원은 형의 선고ㆍ징계처분 또는 이 법에 정하는 사유에 의하지 않고는 그 의사에 반하여 휴직ㆍ강임 또는 면직을 당하지 아니한다. 다만 1급 공무원은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돼 있다. 또 제 74조(정년)에는 5급 이상 공무원의 정년을 60세로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의 신분 보장을 법으로 명문화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1급 공무원이 현행법상 신분보장이 되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1급도 직업 공무원이라는 점에서 본인의사와 상관없이 사표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현재 1급 공무원수는 18개 부처와 위원회ㆍ청 등 47개 정부기관을 합쳐 180여명에 달한다. `참여정부`는 공직사회의 분위기 쇄신을 위해 각 부처마다 3분의 1에서 많으면 3분의 2 정도까지 물갈이를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공직사회가 발칵 뒤집혀 있는 것도 당연하다. 공직사회 개혁의 본래의 뜻이 세대 교체에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 이번 소동을 바라보는 일반의 시각이다. 개혁을 빌미로 한 인적청산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아도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가 통상을 뛰어넘는 `파격`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없는 것도 아니다. 장관들의 연령이 대폭 낮아진 것 하며 행정경험이 없는 학자들을 대거 기용한 것도 그렇다. `신선한 충격`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국정은 실험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그런데 지금 개혁을 내세워 부처마다 나이든 공무원들을 물갈이 하겠다는 것이다. 공직사회라고 언제까지나 `철 밥통`은 곤란하지만 세대교체가 곧 인적청산은 아니다. 지금처럼 강제적인 인적청산은 안 된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국내외적으로 어려운 시점이다. 공직사회를 뒤집어 놓아 좋을 일이 없다. 공직사회를 안정시켜야 한다. <전용호기자 chamgil@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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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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