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가 리포트] "상대방 기업 빼앗아 오자" NYSE·나스닥 유치전 치열

도산 등으로 상장기업수 준데다 장외 전자거래업체 중개 늘면서<br>매출 갈수록 감소 위기감 고조<br>소속옮겨도 거래코드 유지 가능 기업들 이전도 가속화 시켜<br>페이스북·징가등 상장 앞두고 또 한번 양보없는 싸움 불가피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의 명물 나스닥 전광판.


지난해 가을 콘티넨탈과 유나이티드 항공이 합병작업을 하고 있을 때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새 회사가 NYSE에 상장할 경우 뉴욕과 파리에서 항공사 임원들을 초청해 개장 및 폐장행사를 갖고 기내잡지에도 합병을 축하하는 광고를 게재하겠다고 했다. 새롭게 탄생한 '유나이티드'는 결국 나스닥 대신 NYSE를 택했다. 반면 지난 2009년 NYSE에 상장돼 있던 드림웍스가 '슈렉 더 뮤지컬'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렸을 때 나스닥은 브로드웨이의 상징인 자신들의 건물 대형전광판을 통해 이를 대대적으로 광고했다. 드림웍스는 나스닥을 둥지를 옮겼다. 이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의 기업모시기 경쟁의 대표적인 사례다. 최근 규모가 작은 전자주식거래소들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미국을 대표하는 양대 거래소의 매출이 줄어들고 있게 되자 서로 상장된 기업들을 빼앗아 오기 위해 난타전을 펼치고 있다. 또 양대 거래소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전통산업은 NYSE, 기술주는 나스닥이라는 고정관념도 깨어지고 있다. NYSE가 최근 독일의 거래소와 합병함으로써 세계 최대의 거래소로 거듭나지만 이 같은 안방에서의 경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나스닥 역시 합병상대를 물색하고 있다. ◇줄어드는 텃밭= 기업들의 인수합병(M&A)가 활발해지고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쓰러지면서 양대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나스닥의 경우 정점이었던 지난 1996년 5,556개 기업이 상장돼 있었지만, 지난 2009년 말에는 2,852개로 대폭 줄었다. NYSE의 상장기업 역시 지난 1999년 3,025개에서 2,327개로 감소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들은 종래의 주식일변도에서 벗어나 파생상품, 다른 거래소에 대한 기술이전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 하고 있다. ㅓ327NASDAQNYSE의 경우 5년 전 주식거래, 상장, 데이터 제공 등을 통해 창출하는 수익이 전체 매출의 71%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이 비율이 56%로 감소했다. 캔사스시티, 저지시티 등에 포진한 장외 전자거래업체들이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이들 거래소들은 상장종목들의 거래도 넘겨주고 있는 판이다. 스콧 커틀러 NYSE 부사장은 "과거에는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모이는 곳이라는 자체만으로도 기업들의 상장을 이끌어낼 수 있었지만 이젠 아니다"며 "기업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딜마다 머리를 싸매고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대방 기업 빼오기 경쟁= NYSE와 나스닥의 상대방 기업 모셔오기 경쟁은 한층 가열되고 있다. 기업을 빼옴으로써 수익을 보충할 수 있고, 경쟁상대를 약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지난 2005년 부터 2009년까지 나스닥은 NYSE로부터 시가총액으로 2,000억 달러규모의 기업들을 빼왔다. 영국의 이동통신업체인 보다폰, 세계 최대의 장난감업체 매텔, 루퍼드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나스닥에서 빠져나간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640억 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사정이 바뀌었다. NYSE가 찰스스왑 등 370억 달러 상당의 기업들을 이전시킨 반면 나스닥은 100억 달러에 그쳤다. "NYSE가 과거 어느 때 보다 기업들 유치에 적극적이고, 기업들에게 상장에 대한 적절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고 기업공개(IPO)자문업체인 이슈어 어드바어저그룹의 패트릭 헬리는 말했다. 지난 2007년 마치 자신이 쓰던 번호를 유지하면서 이동통신사를 변경하는 것처럼 거래소를 이전하더라도 기업들이 거래코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한 제도 변경도 이러한 기업 이전을 촉진시키고 있는 한 요인이다. 기업들에 대한 서비스도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나스닥은 타임스퀘어의 명물인 본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가 상장했을 때 나스닥은 본사 앞에 테슬라의 자동차 모델들을 전시했다. 또 기업체가 상장돼 첫 거래할 때는 옥외 전광판에 해당기업을 홍보하는 영상이 상영된다. 나스닥의 기업유치를 책임지고 있는 브루스 오스트 "상장기업들이 최대한 자신들의 브랜드와 기업을 홍보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화분야 없어진다= NYSE가 상장유치를 위해 최근 가장 공들이고 있는 분야가 첨단기술기업과 인터넷 기반 업체들이다. 이미 인터넷 콘텐츠 서비스업체 디맨드미디어와 중국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업체인 여우쿠닷컴 상장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시장조사기관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NYSE는 기술주 IPO의 40%를 유치하는데 성공했다. 앞으로 페이스북, 링크드인, 징가 등 쟁쟁한 벤처기업들의 상장이 예정돼 있는 만큼, 여기에서 양대 거래소간의 승부가 갈릴 것이란 예상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NYSE는 첨단기술 업체들이 모여있는 실리콘밸리에 상장 유치를 위한 집중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리콘밸리를 관통하는 101번 도로에 대대적으로 광고판을 설치하고, 실리콘밸리의 상장 유치팀 규모도 두 배로 늘렸다. 더글라스 추 NYSE 서부지역 대표는 "NYSE는 과거에는 실리콘밸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는데 이는 명백한 실수"라며 그는 "이제는 이런 실수를 되풀이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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