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클린턴과 이해찬

수해가 났을 때, 또 산불이 났을 때 친 골프는 차치하더라도 3ㆍ1절 날 그것도 철도파업이 시작되는 날, 누구와 쳤는지 궁색하게 거짓말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과 접대 골프를 치고도 2주나 버틴 것을 보면 ‘실세 총리’가 맞긴 맞았나 보다. “검찰 조사결과를 보고 판단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하고 토를 달며 마지못해 총리의 사의를 수용하는 대통령도 마치 국민이 원망스럽다는 듯한 태도이다. “접대 골프는 안된다”고 대통령 취임 전부터 줄곧 외쳐대더니 얼마 전에는 재정경제부ㆍ산업자원부 등 12개 부처의 국장급 이상 12명을 접대 골프 명목으로 징계 요구한 바로 그 청와대가 실세 총리의 접대 골프를 두고는 “위법도 아니고 사회 상규에 어긋나는 것도 아니다”고 하질 않나. 이 땅의 국민으로 살아가려면 참으로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그뿐 아니다. 참여정부 실세들은 의혹이 제기되면 곧잘 “프라이버시니까 건드리지 말라”고 한다. 총리는 로비 의혹의 핵심인물인 희대의 브로커 윤상림과 시도 때도 없이 부적절한 골프를 치며 후원금을 받아놓고도 프라이버시 운운하며 후원금으로 얼마를 받았는지 밝힐 수 없다고 되레 큰소리친다. 공직자의 프라이버시는 어느 선까지 보호받아야 할까. 우리 총리는 정치자금법에 이름과 구체적인 액수까지 국민 앞에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 후원금마저 프라이버시라서 못 밝히겠다는데 미국은 대통령 연애 사건의 은밀한 부분까지 낱낱이 밝히게 한다. 르윈스키는 클린턴과의 관계를 빌미로 건설사의 수주를 도운 적도 없고 제분회사의 과징금을 없애준 적도 없으며 이권에 개입해 축재를 한 적도 없다. 대통령의 가정 문제일 뿐이지만 미국 국민들이 당당하게 대통령의 은밀한 프라이버시까지 밝히라고 요구하는 것은 공직자의 윤리가 그만큼 중대하기 때문이다. 총리, 그것도 ‘소통령’으로 불리는 실세 총리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국민들은 알지 못하는 온갖 고급정보를 접하고 중대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총리는 일꾼이고 총리에게 국정을 위임한 국민은 주인인데도 주인은 일꾼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알지 못한다. 이런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국민들은 과연 총리가 공익을 우선했는지 아니면 공익을 희생시켜 사익을 챙겼는지 알 수 없다. 방법은 총리의 도덕성, 윤리의식으로 미루어 ‘아, 이 사람은 주인을 속이지 않는 일꾼이겠구나’ 짐작하는 수밖에 없다. 3ㆍ1절 오리발 골프의 그린피는 누가 냈는지, 접대 골프의 대가로 누가 어떤 특혜를 받았는지 낱낱이 밝히지 않으면 어떻게 이 참여정부 일꾼들을 믿고 곳간을 맡길 수 있을까. 주범은 떠나도 종범들은 여전히 남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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