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쌍용건설 유동자금 지원… 은행장 확약서 제출하라"

캠코, 채권단에 요청 물의… 당국 지시에 철회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쌍용건설에 유동성 지원을 추진하면서 다른 채권단에 은행장 확약서를 요청했던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캠코가 공적 기관이고 금융 당국의 지휘 아래 놓여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치금융'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9일 금융 당국과 금융계에 따르면 캠코는 최근 쌍용건설에 700억원의 유동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후 다른 채권단에도 1,300억원을 추가 지원해달라고 요청하면서 이를 약속하는 은행장 서명 확약서를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쌍용건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캠코가 채권단에 유동자금 지원을 약속한다는 확약서를 제출하라는 문서를 보내왔다"며 "은행의 정식 여신절차를 완전히 무시한 너무 황당한 요구여서 채권단 전체가 거절했다"고 밝혔다.


통상 부실기업에 추가 자금을 지원할 때는 주채권 금융기관이 먼저 자금을 투입한다. 이후 다른 금융기관들이 기존 채권금액에 따라 지원금액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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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의 경우 추가 자금 지원을 위해서는 실사를 벌여 금액을 재산정하고 자체 여신심사위원회를 열어 최종 결정한다. 실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채권단에 은행장 확약서를 요구하는 것은 정상적인 여신절차를 완전히 넘어서는 일이라며 채권단 관계자들은 분개하고 있다.

채권단은 지난 6일 금융 당국이 소집한 채권단 회의에서도 캠코의 요청이 부당하다며 불만을 터뜨렸고 당국도 결국 이를 받아들여 확약서 요청을 철회하라고 지시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캠코는 쌍용건설 경영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법정관리로 가는 것만은 막기 위해 서둘러 일을 처리하다 보니 상식에 어긋나는 무리수를 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캠코는 이르면 10일 이사회 절차를 거쳐 700억원을 선지원할 예정이다.

쌍용건설 서울 우이동 콘도를 담보로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이 집행되면 쌍용건설은 지난달 31일 만기를 넘긴 540억원 규모의 B2B전자어음(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결제가 가능해진다. 1,400여개에 달하는 쌍용건설 협력업체들도 무더기 신용불량 업체 등록 위기에서 벗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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