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불공정한 공정위

공정거래위원회가 4대강 부실 조사 스캔들에 휘말려 진땀을 빼고 있다. 김기식 민통합주당 의원이 처음 제기한 이 의혹은 공정위가 4대강 담합 조사를 고의로 지연시키고 건설사 과징금을 무리하게 깎아줬으며 처리 시기도 청와대와 협의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한데 이상하게도 사태를 지켜보는 외부 반응은 그리 폭발적이지 않다. 4대강 공방은 정권 내내 이어지던 정치 공세였다. 더욱이 공정위 전원회의를 통해 과징금이 감경되는 사례도 수없이 많았다. 무엇보다 4대강 사업 자체가 건설사들도 울며 겨자 먹기로 뛰어든 사업으로 애초 고수익이 보장된 사업이 아니었던 탓이다.

하지만 본질은 이것이 아니다. 공정위가 이번 사태를 통해 정말 뼈 아파야 할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집안 단속이다. 가장 보안이 철통 같아야 하는 카르텔국 자료가 공정위 간부 손을 거쳐 대거 밖으로 유출됐다. 조사 중인 사건의 심사보고서 초안, 자진신고자 대장, 현장조사 증거자료, 현장조사 계획서 등 핵심 자료를 대규모로 유출했는데 공정위는 이 사실을 1년여간 전혀 몰랐다.


당장 이렇게 유출된 자료가 4대강 담합 조사 자료뿐인지 의혹이 커지고 있다. 조사 자료가 대기업 법무실이나 로펌으로까지 유출됐다면 경쟁 당국의 근간이 무너진 것이다. 대기업의 핵심 자료들이 외국계 로펌 등으로 넘어갔다면 나라를 팔아먹은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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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집안 문제로 홍역을 치른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에는 공정위 간부가 로펌으로부터 수백만원대 접대를 받은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밝혀졌다. 공정위는 당시 자체 감사를 통해서 이 사실을 미리 알아냈으나 적절한 징계 조치를 취하지 않고 쉬쉬하며 넘어가려다 더욱 큰 비난을 받았다.

구태가 반복되며 공정위는 신뢰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업무 성격상 어느 부처보다 보안과 청렴이 수반돼야 할 공정위가 가장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이다.

경제민주화 바람으로 차기 정권에서 공정위의 역할은 더욱 막중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공정위라면 재벌 개혁보다는 내부 개혁이 더 시급해 보인다. 공정위가 이렇게 불공정하니 국민이 제대로 믿지 못하는 것이다.


윤홍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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