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못거둔 벌금·추징금 '눈덩이'

징수허점 악용 '배째라식' 버티기·해외도피 만연<br>5년간 미집행액 20배 늘어 年1,000억 결손처리


검찰이 추징금이나 벌금을 제때 징수하지 못해 쌓여가는 미제 금액이 급증하고 있다. 징수 시스템상의 허점과 집행수단 미비 등으로 국고로 환수되지 못하는 미제 금액이 산더미처럼 늘어나면서 연평균 1,000억원이 넘는 벌금 및 추징금이 결손처리되고 있다. 7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2년 1조699억원이던 추징금 미징수액은 2003년 1조2,065억원, 2004년 1조4,156억원으로 늘어나다 2005년 대우 임직원 관련 추징액이 추가되면서 24조4,65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2006년에도 미제액이 전년비 800억원 가까이 늘어난 24조5,415원을 기록하는 등 증가추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4년 만에 추징금 미집행액이 23배로 불어난 셈이다. 이처럼 미집행액이 늘어나면서 같은 기간 공소시효(3년) 만료로 결손처리된 금액이 벌금과 합쳐 6,370억원에 달했다. 추징금은 범죄수익을 몰수할 수 없을 때 법원이 형량을 선고하면서 피고인에게 그에 상응하는 액수를 추징하는 제도다. 하지만 범죄인이 수사를 전후해 불법취득 재산을 빼돌리거나 은닉해 징수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벌금과 달리 추징금은 피고인이 안 내고 버틸 경우 인신구속 등 제재수단이 없어 ‘배째라’식의 거부행태가 만연해 있다”고 말했다. 여기다 추징금 징수시효가 3년이기 때문에 범죄인은 3년만 지나면 된다는 식으로 사법당국의 처분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두환ㆍ노태우 전 대통령은 수천억원의 추징금을 부과받고도 돈이 없다며 납부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뒤늦게 추징금 미납자에 대한 노역장 유치 방안 등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추징금과 달리 법정 형벌수단인 벌금 미집행액도 징수상 허점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02년 3,136억원이던 벌금징수 미제 금액은 2003년 5,801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증가추세를 보이다 2006년에는 7,328원을 기록해 4년 만에 2.3배 늘었다. 벌금은 판결확정일로부터 1개월 내 내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최대 3년간 노역장에 유치될 수 있다. 하지만 범죄인이 벌금 공소시효가 3년인 점을 악용해 해외도피 등으로 잠적했다가 공소시효가 만료된 후 귀국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징수상의 허점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관세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억원을 선고받은 A씨는 중국으로 달아났다가 3년 뒤 버젓이 입국했고 결국 벌금은 결손처리됐다. 이에 따라 법조계 안팎에서 벌금징수 강화를 위해 피의자가 해외로 달아나면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것처럼 벌금 미납자가 해외로 달아날 때도 벌금형의 시효를 정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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