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초점] 美 쌀개방 강공 진의 뭘까

美 "FTA 예외적용 없다"…'정치적' 성격 주목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시작하자 마자 극히 민감한 쌀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나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리처드 크라우더 농업협상 대표는 9일(이하 현지시각)워싱턴에서 기자들과 만나 "FTA란 말 그대로 (완전한) 자유 무역을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한국이 쌀시장을 개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그는 한국이 쌀수입 상한을 고수하고 있는 것을 철폐하도록 요구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면서 "FTA 협상은 포괄적인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크라우더 대표는 지난 3일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전미축우협회 연례회의에 참석해 한국 쇠고기 시장에 미 제품이 무관세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데 우선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USTR의 이 같은 강공이 예상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한미 FTA 협상이 시작되자마자 `융단폭격'식으로 강하게 나온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뉴욕 타임스는 8일 한미 FTA가 내년 4월까지의 촉박한 시한을 갖고 시작되는 것이라면서 따라서 '정치적' 성격이 강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왜냐하면 백악관에 부여된 무역협상 `신속처리권'이 내년 7월 종료되기 때문이다. 신속처리권은 백악관의 대외무역협상 결과를 의회가 수정할 수 없으며 찬반 여부만 표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 의회내에서 보호주의 성향이 갈수록 강해지는 상황에서 신속처리권 연장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과의 FTA 협상에 임하는 조지 부시 행정부의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뉴욕 타임스는 세계무역기구(WTO) 뉴라운드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미국과한국 모두가 다자보다는 양자 협상 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더욱이 미국으로서는 7번째 수출국인 한국과의 FTA가 미국-캐나다-멕시코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출범 후 최대 규모임을 상기시켰다. 쌀시장 문제는 스크린 쿼터 및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여부와 함께 그간 미국이 FTA 협상과 관련해 우리측에 우선적으로 해결할 것을 요구해온 민감 사안의 하나다. 이중 스크린쿼터는 미측의 요구대로 `해결'된 상태라 초점이 자연스럽게 쌀과쇠고기 쪽으로 이동한다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미국이 터키의 쌀시장 개방을 위해 WTO에 제소한 점도 주목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2일 터키의 쌀시장 구매 관행을WTO에 제소해 그간 양자 협의를 가졌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지난 6일 중재패널설치를 공식 요구했다. 이에 따라 WTO는 이 문제를 검토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기간은 1-2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미국은 터키가 쌀시장 보호를 위해 일정 분량의 국내산 쌀을 구입한 업자에게만쌀수입을 허용하는 것이 불공정하다면서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관측통들은 터키의 이런 규제로 인해 이 나라에 대한 미국쌀 수출이 지난 2003년 이후 3분의 2 가량 줄었다고는 하나 터키의 수입쌀시장 규모가 2007년이 돼도 2억달러 가량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미국이 터키 쌀시장을 물고 늘어지는것이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USTR 고위 관계자는 지난 2일 한국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FTA 협상 시작과관련해 "예외없는 포괄적인 FTA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과의 협상 결과가 모든 FTA의 금과옥조"라면서 "따라서 가장 포괄적이고 가장 높은 수준의 FTA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업계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음이 물론이다. 프랑스 통신 AFP는 지난 3일 "한미 FTA 협상이 한국 농업에 고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NAFTA 이후 15년만에 최대인 한국과의 FTA 협상에 단단히 벼르고 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이와 관련해 뉴욕 타임스는 부시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은 `우회'해 11위 경제국인 한국과 먼저 FTA 협상을 시작하는 점이 갖는 정치적 의미도 주목된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그래서 미국의 한국 쌀시장 개방 강공 카드의 배경에 더욱 관심이 쏠린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고위 외교소식통은 7일 사견임을 전제로 한국이 스크린쿼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한 점을 지적하면서 한미간 2회전이 될 쌀을 포함한 농업 부분 줄다리기에서 `필요하다면 양보할 것은 양보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쌀시장 강공 카드가 갖는 `정치적' 성격을 내비치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일각에서 조심스럽게 나온다. 한국에서 쌀이 갖는 경제외적 의미를 미국측이 모를리 없기 때문이다. 한미 FTA 협상이 시작되자마자 미측이 쌀개방이란 한국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린 파장이 어떤 식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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