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골프의 거목이 빛나는 대기록을 남기고 현역에서 물러났다.
21일 경기 용인의 코리아CC(파72ㆍ6,440m)에서 열린 코리아골프아트빌리지 제50회 한국프로골프(KPGA)선수권대회(총상금 5억원) 1라운드. 시즌 4승에 도전장을 낸 김경태도, 4홀 연속 버디를 기록한 박성국도 이날 만큼은 큰 이목을 끌지 못했다.
주인공은 노구를 이끌고 경기에 나선 한국골프의 산 증인 한장상(67ㆍ캘러웨이ㆍ사진) KPGA 고문이었다. 50회째를 맞은 이 대회에 ‘반세기 개근’ 출전의 금자탑을 쌓아올린 그는 아울러 이 대회를 고별무대 삼아 52년간의 선수 생활을 마감했다.
이날 10번홀에서 출발해 목 디스크 통증을 느꼈으나 어렵사리 18번홀까지 마친 뒤 기권, 세월의 무게를 실감케 한 한 고문은 “라운드를 마무리하지 못해 아쉽고 죄송하지만 꿈을 이뤄 기쁘다”고 담담히 소감을 밝힌 뒤 “60세 이상만 출전하는 대회에만 가끔 나갈 것”이라며 현역 은퇴를 고했다. 기반 약한 국내에서 기록한 그의 50회 연속 출전은 아놀드 파머(미국)와 게리 플레이어(남아공)의 마스터스 50회 참가에 견줄만한 위업이다.
한 고문은 68년부터 71년까지 4연패하는 등 이 대회 7승을 포함해 통산 22승(해외 3승 포함)을 올렸다. 72년 일본오픈 우승 쾌거로 이듬해 한국인 최초 마스터스 출전의 영예를 누렸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고 이병철 삼성 회장 등에게 골프를 가르친 일화로도 유명하다.
한편 SBS코리안투어 하반기 개막을 맞아 선수들의 우승 경쟁도 재개됐다. 중견 전태현(40ㆍ캘러웨이)과 6월 몽베르오픈 준우승을 차지한 신예 박성국(19)이 나란히 4언더파 68타를 쳐 선두권에 나섰다. 김홍식(44)이 3언더파 69타, 그리고 6번홀(파3)에서 행운의 홀인원을 기록한 김대현(19ㆍ동아회원권) 등이 2언더파를 마크했다. 시즌 4승과 상금 4억원 돌파를 노리는 김경태(21ㆍ신한은행)는 9개홀까지 1타를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