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명희 회장의 아들인 정용진(37) 부사장이 최근 신세계 주식을 집중 매입해 후계 구도와 관련,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사장은 지난달 12일부터 23일까지 7차례에 걸쳐 신세계 보통주 3만7,600주(0.2%)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이 기간동안 주가가 39만원선에서 움직인 점을 감안하면 주식 매입에 150억원 정도 소요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주식 매입으로 정 부사장의 지분은 4.8%로 늘어났으며 여동생인 정유경 웨스틴 조선호텔 상무(0.7%)보다 7배 가까이 많아졌다.
정 부사장은 현재 이명희 회장(15.3%)과 부친인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7.8%)에 이어 신세계 3대주주다. 그는 미국 브라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95년 신세계에 입사, 이사, 상무 등으로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으며 지난 2000년 3월 경영지원실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특히 올들어서는 지난 3월 이마트 중국 3호점 개점식에 모습을 드러낸 데 이어 지난 8월 본점 재개점 행사에도 참석하는 등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정 부사장이 신세계 주식을 매입한 것은 올들어서는 이번이 처음으로 정 부사장의 후계구도 작업이 가시화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 부사장은 이에 앞서 지난 1998년 1월 이 회장에게서 보통주 50만주를 증여받은 이후 6년만인 지난해 1월과 7월 두차례 신세계 주식을 장내 매입하는 등 꾸준히 지분을 늘려왔다.
더욱이 유통업계 빅3중 롯데쇼핑은 신격호 회장의 아들인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이 롯데쇼핑의 사업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다 최근들어 불거져나온 롯데쇼핑 상장설도 신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후계구도 굳히기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또 현대백화점도 정몽근 회장의 장남인 정지선 부회장이 올들어 지분변동을 통해 경영권 승계를 가속화하고 있어 신세계의 후계구도에도 관심이 갈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신세계 고위 관계자는 정 부사장의 주식 매입 배경에 대해 “정 부사장은 장기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조금씩 늘려왔기 때문에 큰 의미는 없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후계구도와 무관치 않겠지만 벌써부터 후계구도와 연관짓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