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클린턴 탄핵안] 미금융시장 `트리플 약세' 지속

【뉴욕=김인영 특파원】 미 하원 법사위가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가결하자, 미국 금융시장은 달러·주식·채권 가격이 동시에 하락하는 이른바 「트리플 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하원 법사위는 지난 11일과 12일에 걸쳐 섹스스캔들과 관련,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4개 조항을 통과시켰다. 하원 법사위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키기는 1868년 앤드류 존슨, 지난 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 이어 세번째다.미국의 대통령 탄핵정국이 금융시장에 주는 직접적 파급은 달러 약세다. 미국 달러는 이날 일본 엔화에 대해 1달러당 0.9엔 떨어진 116.25엔에 마감했으며, 독일 마르크화에 대해서는 1.6523 마르크에서 1.6465 마르크로 하락했다. 엔화에 대해 달러화는 지난주에만 4엔 이상 떨어졌으며, 전문가들은 오는 17일 하원 본회의 이전에 115엔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유럽 단일통화 출범을 목전에 두고 외환 딜러들이 달러를 유로화로 전환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가운데 클린턴 탄핵안은 달러 약세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이 달러표시 상품을 기피하는 현상은 주가하락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다우존스 지수는 11일 19.82 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쳤으나, 지난주 5일동안 195 포인트(2.2%) 하락, 8,821.76에 마감함으로써 9,000선이 또다시 무너졌다. 전문가들은 미국 기업들의 수익이 나쁜데다 클린턴 위기마저 겹쳐 뉴욕 증시를 받치는 힘이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뉴욕 채권시장의 기준이 되는 30년 만기 미 재무부 채권은 이날 1,000 달러당 11.6 달러나 폭락했다. 국제 금융가에서는 미국의 세계경제 지도력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 브라질 등 중남미 경제가 여전히 불안하고, 국제 상품가격이 수십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세계적 디플레이션이 확산되고 있는 와중에 미국의 정치불안은 가까스로 안정기미를 보이고 있는 세계경제를 다시 불안하게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클린턴에 대한 탄핵안은 하원 본회의에서 과반수 찬성을 얻은 후 다시 상원 본회의에서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현재 하원의 경우 공화 228석, 민주 206석이며 상원은 공화 55, 민주 45석이다. 하원은 공화당이 탄핵안 의결 정족수를 확보하고 있으나, 상원은 정족수(67명)에서 12석이 모자란다. 따라서 탄핵안이 하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으나 상원에서는 부결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금융시장의 참여자들은 불확실한 상황이 정리되기 전까지 크게 움추려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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