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에서는 라이벌이라고 이름 붙일만한 인물들이 여럿이 등장하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라이벌이 촉의 군사(軍師) 제갈량과 위나라 조조의 군사인 사마의가 손꼽힌다.천하에 이름이 높던 제갈량이 북벌에 여러 차례 실패한 것도 사마의 때문이었는데 죽기 직전 마지막 전투에서도 제갈량은 사마의의 지구전 전략에 말려 무척 고생했다.
제때 식사도 못하고 일 처리에 분주한 제갈량의 모습을 두고 사마의는 '먹는 것은 적고 일은 번거로우니 어떻게 오래 지탱할 수 있겠는가'라고 했는데 그의 말대로 얼마 못 가 제갈량은 쓰러지고 말았다.
식소사번(食少事煩)이라는 고사성어는 바로 앞서의 사마의의 이야기에서 유래한다. 생기는 것도 없이 헛되이 분주해 고달프다는 뜻으로 쓰이는데 요즘의 국제 반도체 산업 경기가 바로 이와 같은 형국이 아닌가 싶다.
일본의 히타치가 반도체를 생산하는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키로 결정한다는 보도가 나오는데 제대로 먹는 것도 없이 분주하기만 하다면 쓰러질 수밖에 없다.
/신삼찬 하나경제硏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