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동십자각] 건설경기 침체 바라만 볼건가

건설경기가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대책 영향으로 집값은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건설경기 침체가 건설업체 자금난에 이어 건설후방산업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국내 경기가 건설업발(發) 장기불황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부는 섣부른 대책이 자칫 부동산투기를 자극할까 우려해 눈치만 살피고 있다. 이 사이 중소건설사들의 도산 우려도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과 대한건설협회 등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건설경기를 반영하는 건설지표가 일제히 위험수위에 이르고 있다. 향후 건설경기를 가늠케 하는 건설수주액은 3개월(3~5월)째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5월 건축허가면적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1.1%나 감소했다. 건설공사 계약액 역시 5월 중 22.4% 급감하면서 건설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다. 건설경기 위축은 고용시장까지 흔들어 6월 중 건설업에서만 1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건설경기 침체는 중소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실제로 서울 명동 사채시장에서는 최근 부도 가능성이 높은 건설업체 명단이 담긴 ‘건설업 블랙리스트’가 돌면서 일부 중견 건설사의 어음할인마저 중단된 상태라고 한다. 최근 건설업계는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과 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서울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내놓은 정책들 때문에 지방 주택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으니 지방만이라도 일부 규제를 완화해줬으면 좋겠다”는 애로사항을 전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 추 장관이 내놓은 답변은 “추후 검토해보겠다”는 말이 전부였다는 게 한 참석자의 전언이다. 정부는 건설경기 침체가 심각하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면서도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눈치만 살피고 있다. 건설경기 진작책이 그동안 정부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강조해온 ‘인위적 경기부양’의 신호로 비쳐질 수 있는데다 자칫 현 정부에서 금기시하는 부동산투기 자극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상지계(履霜之戒)라는 한자성어가 있다. ‘서리를 밟는 경계(警戒)’라는 뜻으로 서리가 내리는 계절이 되면 머지않아 얼음이 얼므로 징후를 보아 미리 재앙에 대비하라는 뜻이다. 지금 우리나라 건설산업에는 서리가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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