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중견기업 성장 발목잡는 법인세 실효세율

중견기업이 실제로 부담하는 법인세율(실효세율)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보다 높아 성장유인을 떨어뜨린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따르면 2012회계연도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은 중소기업 15.2%, 중견기업 19.8%, 대기업 18.3%로 집계됐다. 같은 돈을 벌어도 중견기업이 대기업보다 법인세를 1.5%포인트 많이 낸 셈이다. 명목 법인세는 과세표준 2억원까지 10%, 2억원 초과~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 22% 등 3단계 누진구조로 돼 있지만 정작 실효세율에서는 엉뚱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구조라면 중소기업이 중견기업→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을 기대하기 힘들다. 기업·매출·순익 규모가 커진다고 법인세 실효세율까지 덩달아 높아진다면 기업을 쪼개서라도 중견기업 성장을 기피하려는 '피터팬 증후군'에서 벗어날 수 없다. 대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투자여력을 확보하기도 힘들다. 당연히 경제의 허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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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특히 10대 기업의 법인세 실효세율이 중견기업보다 낮아 문제가 있다며 부자과세 차원에서 세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야당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 결과 미국 기업들이 부담한 평균 실효세율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법인세 약 7,700만~1억원 구간(32.3%)까지 높아진 뒤 500억~1,000억원 구간(21.1%)은 낮아졌다. 호주도 4억3,000만~9억6,000만원 구간(27.47%)까지는 상승했지만 이 구간을 넘어서면 24.67%로 떨어진다. 대기업이라고 해서 높은 실효세율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반면 한국은 50억~100억원 구간에서 1,000억~5,000억원 구간까지 19%대 초반의 실효세율이 이어졌다.

중소기업에만 각종 비과세·감면 혜택을 몰아주는 것도 문제다. 성장의 선순환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기업·매출·순익이 커지더라도 법인세 실효세율은 같거나 오히려 낮아지는 세제 운영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 우대론, 대기업 특혜론에 집착하다 성장의 사다리를 걷어차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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