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눈/9월 5일] 외산폰 도입, 무리하면 毒

올해 정보기술(IT) 업계의 최대 이슈 가운데 하나는 단연 애플의 3세대(3G) 아이폰이다. 지난 7월 출시된 아이폰은 2달도 되지 않아 40여개국에서 약 565만대가 팔렸다. 한국의 아이폰에 대한 관심은 여느 국가에 뒤지지 않는다. 언제쯤 국내에서 아이폰을 구입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연일 쇄도하며 일부 열성 마니아들은 해외에서 직접 아이폰을 구입해 와서 통화 기능을 제외한 채 사용할 정도다. 소비자들이 외산 휴대폰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 그간 삼성전자ㆍLG전자ㆍ팬택계열 등 국내 휴대폰 업체가 80~90%를 차지하는 시장에 모토로라ㆍ카시오 이외에는 다른 업체의 모델을 구경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ㆍKTF 등의 이동통신사들은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힌다는 취지로 외산 단말기 도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미 대만 HTC의 터치듀얼폰이 SKT를 통해 한국에 상륙했고 노키아와 소니에릭슨 등과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통사들이 외신 휴대폰을 들여놓기 위해 다소 무리한 협상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조건적으로 요구를 수용하면서 단말기 업체들의 콧대만 세워준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애플이다. 애플은 현재 의무화돼 있는 한국형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를 절대로 탑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연간 1,000만~1,500만대에 불과한 시장을 위해 별도로 위피를 개발해 탑재하는 수고를 하지 않겠다는 것. 결국 아이폰을 국내에 도입하기 위해 목을 메고 있는 KTF는 위피 의무화 해제의 전도사로 적극 나섰다. 문제는 SK텔레콤과 KTF가 서로 독점 공급을 요구하다 보니 이통사들이 협상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제조사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데 있다. 모토로라 휴대폰은 글로벌 히트작인 레이저 이후로 국내 시장에서는 보조금이 잔뜩 실린 저가폰으로 주로 팔린다. 사업자가 일정한 판매 물량을 담보해주기 때문에 생길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다른 해외 제조사의 제품을 무리하게 도입할 경우 자칫 그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우려가 크다. 퍼주기 식 협상의 결과는 자칫 우리에게 독(毒)이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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