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소신 발언

대한상공회의소 박용성 회장은 이따금 툭툭 던지듯 '소신발언'을 한다. 정부에, 노동계에, 때로는 재계에도 쓴 소리를 서슴지 않는다. "주5일 근무제를 찬성한다. 하지만 정부가 왜 직접 나서 수십만 기업의 임금협상까지 하는지 모르겠다. 노동부는 노동자부, 농림부는 농민부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은 장관이 12명인데 우리는 20명이 넘는다. 도대체 20명이 넘는 장관들이 모여 무슨 국무회의가 되는가. 국정보고회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산업자원부와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는 합치는 게 좋을 것 같다" "정부는 큰 전쟁을 해야지 조그만 전투를 하면 안 된다. 반도체 메모리가 어떻고, 비메모리가 어떻고, 일일이 간섭할 일이 아니다. 그런 구체적인 전투는 기업이 훨씬 잘한다. 한국의 반도체산업이 잘된 것도 정부가 잘 몰라서 그냥 내버려뒀기 때문이다. 문화관광부에 바둑과가 생기면 그때부터 우리 바둑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런데 정부는 틈만 나면 전투를 하려 한다. 전쟁만 하면 찾아오는 사람도 없고, 그래서 일까" "떼로 몰려와서 떼를 쓰는 것은 바로 떼법이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법과 원칙보다는 생떼를 부려서 일을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노조가 부당한 요구를 들고 나와 단체행동을 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노는 제도를 국제기준에 맞추려면 일하는 제도도 국제기준으로 하라" 박 회장의 발언은 거침이 없다. 그때마다 화제가 되고 찬사를 받기도 한다. '가만히 있으면 본전이라도 한다'는 것이 장사하는 사람들의 일상 살아가는 모습이다. 자기는 가만히 있으면서 누가 바른 소리를 하면 속으로 박수를 친다. 그런 면에서 박 회장의 '소신발언'은 예외적인 일이다. 쓴 소리를 자주 하다보면 욕을 먹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회장은 왜 발언을 계속하는 것일까. 대한상공회의소를 대표하는 소명의식(召命意識)일까. 세상 돌아가는 것이 너무 답답해서 참을 수가 없는 것일까. 재계에서도 이제는 할말을 해야 한다는 판단에서일까. 후진(後進)을 위한 충정일까. 그의 성격일까. 또는 시쳇말로 떴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해도 신문에서 받아주는 것일까.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지는 못했으나 그런 저런 책임감에서 내놓는 화두(話頭)일 듯싶기도 하다. 그 화두가 우리 사회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졌으면 한다. 일과성으로 넘기지 말고.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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